롯데는 정말 위기인가…‘재계 6위’의 재건 전략은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4. 11.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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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부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자산 내세운 ‘땜질 처방’ 아닌 ‘근본적 수술’ 필요한 시점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롯데그룹에 비상벨이 울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과 부진과 미래 전략에 대한 회의론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정작 이보다 더 심각한 곳은 롯데였다. 올해 11월 중순, 유튜브에 올라온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 영상이 위기론을 자극했다고 언론은 지적했지만 틀린 해석이다. 해당 영상은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롯데의 위기를 분석한 내용을 재탕했을 뿐이다. 롯데 내부에선 일찍이 지난봄부터 위기론이 대두됐다.

다수 언론과 유튜브에서 지적한 롯데 위기의 원인은 두 가지다. 유동성 위기와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미숙한 대처다. 그 결과, 롯데가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확산됐다. 반면, 재계 서열 6위의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롯데 역시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71조원의 부동산과 가용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유동성엔 문제가 없단 얘기다.

장맛비가 내린 2020년 7월22일 송파구 롯데타워 주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순혈주의' 강한 체질 바꾸려 시도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이 없어서 롯데가 부도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다수의 언론이 분석하는 것처럼 작금의 위기는 주요 핵심 계열사의 차입금이 불어났고 주력사업인 유통, 화학, 호텔/서비스 등 3대 사업의 성과가 부진한 결과다. 그럼에도 그룹의 자존심인 서울의 랜드마크 롯데월드타워,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 주요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을 총동원하면 수십조원을 손쉽게 확보한다. 급한 불을 끄는 데 동원할 소화기는 충분한 셈이다. 

문제는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 등을 매각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데 있다. 위기를 주력사업의 성과로 넘어설 수 있다고 시장에 알리는 것과 부동산과 예금이 충분하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알리는 건 차원이 다른 메시지다. 롯데는 올해 10월 기준으로 부동산 가치 56조원, 가용 예금 15조4000억원, 보유 주식 가치 37조5000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이 많다고 위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롯데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자금 부족이 아니라 마땅히 이를 헤쳐 나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롯데의 위기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10월부터였다. 

그러나 내부에선 지난 4~5월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임직원들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고, 이후 롯데온을 비롯한 유통 부문 계열사는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는 롯데의 위기 중 두 번째 이유와 맞닿아 있다. 롯데의 주력사업은 유통, 화학, 호텔/서비스다. 시장 변화 및 소비자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재료 및 원유 가격 급등은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끌어내리는 기폭제가 됐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전개됐기에 지금의 위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 롯데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롯데는 지난 5년간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외부 인재 영입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들 수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순혈주의가 강한 기업이다. 신동빈 회장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2021년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 정준호 사장을 영입, 롯데백화점의 경영권을 맡겼다. 같은 해, 디자인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자인 분야에서 유명한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임원 인사에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4명을 교체해 60대 이상 대표이사 8명을 퇴진시켰고 여성 임원과 40대 임원을 적극 발탁했다. 3년간 진행된 M&A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2995억원) 등 7개 기업도 사들였다. 신격호 선대회장이 강조한 무차입 경영과 순혈주의까지 허물며 유능한 외부 인재 영입과 기업 인수에 나선 신 회장의 혁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관료 문화 깨고 역동적 조직 만들어야"

신 회장의 대응은 인상적이고 선제적이었으나 이는 명확한 방향성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서 진행돼야 성과로 나타난다. 유동성 위기와 사업 부진은 현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해당 현상이 드러나기까지 곪아있는 문제점이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원인이 부진한 성과의 이유가 될 수는 있으나 롯데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관료적인 문화와 모호한 방향성이다.

첫째, 신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배상민 디자인경영센터장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나 1년5개월 만에 사퇴했다.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영입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 대표 역시 지속된 성과 부진으로 2년 만에 롯데를 떠났다. 유능한 외부 인재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직된 문화로 인해 단기간에 롯데를 떠난 이가 적지 않다는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둘째, 일진머티리얼즈, 한국미니스톱, 한샘, 중고나라 등을 사들이는 가운데 롯데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모호했다는 점이다. 유통사업의 레드오션을 벗어나 배터리와 바이오에 올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 이커머스에 주력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신세계처럼 오프라인 영역의 왕좌를 되찾기 위한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미래 전략에 대한 방향성이 부재한 M&A는 승자의 저주가 되어 이익이 아닌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롯데의 재건 전략은 그룹이 지향하는 명확한 방향성 그리고 관료적인 문화의 혁파, 역동적인 조직문화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롯데의 부활은 신동빈 회장의 결단과 실행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롯데는 지금 보유 자산 매각이라는 단기 처방전을 내민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의 완치와 부활을 요구한다. 신동빈 회장의 변화 관리는 문화 혁신과 방향성 재정립의 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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