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통개발 실패의 교훈…용산 20개블록 각각 개발

김진수 2024. 11. 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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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첫 입주 목표…해외자본 유치 총력
장기토지임대 등 기업 부담 덜어줄 방안 검토
부동산 불황이지만…오세훈 "10년 뒤 성공 기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용산정비창 부지가 용산국제업무지구로 변신하는 데에는 글로벌 헤드쿼터(지역본부) 유치라는 과제이자 전제조건이 있다. 정부는 용산을 서울의 중심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핵심 거점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선 여의도와 광화문, 강남 등에 이어 용산이 대형 업무지구로 개발되면 서울 업무시설(오피스 빌딩) 시장에 공급 과잉을 야기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통개발을 추진하던 2007년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을 앞둔 용산정비창 부지 /사진=김진수 기자

17년 전 시행착오로 발전한 용산 개발계획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코레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날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개발계획을 고시했다. 부지조성을 2028년까지 마치고 이르면 2030년 입주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관련기사: 용산정비창 일대에 1.3만가구…광역교통에만 3.5조(11월28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가용지로 국가의 미래에 활용해야 할 국민적 자산"이라며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중심지로 거듭나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부터 겪은 시행착오가 결코 헛된 과정만은 아니다. 실패 요인을 분석해 교훈을 얻었고 실현 가능성을 높인 개발구상으로 발전시켰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아시아 비즈니스 핵심 거점으로 도약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아태본부를 세우고 글로벌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시행자인 코레일의 한문희 사장은 "용산정비창은 100년 넘게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심장이었다. 철도인 삶과 역사가 녹아있는 이곳이 세계로 뻗어나간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남은 인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글로벌 기업과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심우섭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직무대행은 28일 용산정비창 부지를 조망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용산은 곧 '국제기능 강화'

정부는 이곳을 싱가포르, 홍콩에 버금가는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3대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용산서울코어(YONGSAN SEOUL CORE)'라는 홍보브랜드도 만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100여개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용산에 관심 또는 투자 의향을 표한 기업은 91%로 집계됐다. 시는 현재 30여개 기업과 사전 접촉 중이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최근 글로벌 기업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정보통신(IT), 금융,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보였다"며 "특정 업종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전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국제기능이 유입되도록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장관은 "수도권의 국제기능 강화를 강조해 왔지만 구현한 건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첫 사례"라며 "공항철도 직결화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과의 유기적 연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용산만의 특장점으로 '넓은 부지'를 꼽았다. 그는 "50만㎡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20개 필지로 나눠서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거주, 일자리, 여가 등 '직주락'을 일상 보행권으로 연결한 것도 특징"이라고 봤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이 직접 개발 시 장기 토지 임대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강정철 코레일 스마트 역세권사업단장은 "글로벌 기업에 한정한 건 아니고 국내 기업에도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며 "단순 매각보다 임대, 리츠 등 다양한 토지공급 방식을 검토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위한 공동협약서 체결식에 앞서 진행된 백브리핑 모습 /사진=김진수 기자

"통개발·일시공급 아냐…고층빌딩 저주?"

일각에선 서울 도심에 대규모 오피스가 들어서면 공급이 과잉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창수 기획관은 "토지를 일시에 공급하기보다는 시기와 방식을 다양화할 것"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모니터링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정철 단장 역시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지만 일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라며 "핵심 부지인 A블록부터 활성화한 뒤 단계적으로 입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여의찮은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오세훈 시장은 "호황기일 때 개발계획을 세웠다가 불황기가 찾아오면 고층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게 어려워지는 '고층빌딩의 저주'가 있다"며 "지금을 호황기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지금 시작해서 나중에 호황기가 되면 사업이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통개발을 추진했던 2007년엔 경기침체로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이번엔 20개 블록으로 나눠 각기 다른 개발업자 손에 의해 개발하는 방식"이라며 "길게 보면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10년이 지나면 대부분 분양, 개발, 입주가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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