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평 권리금이 4억" 임대료 폭등에 성수·용리단길 휘청

홍승주 기자 2024. 11. 2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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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이 핫플로 떠오르며 가파른 임대료 상승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성수2가의 한 향수 브랜드 팝업 스토어 행사에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선 모습. /사진=홍승주 기자
"7평(약 23㎡)짜리 상가 권리금만 4억2000만원이에요."

다양한 팝업 스토어와 카페가 들어서며 'MZ 핫플(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성수동. 그러나 가파른 임대료 상승에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며 외부인과 투자금이 유입돼 임대료가 상승하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강남 가로수길과 신촌 등 여러 상권에서 반복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제도 마련과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 11월22일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은 팝업 스토어와 베이커리를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성수2가의 부동산 관계자 A씨는 "3년 전과 비교해 임대료와 권리금 모두 3~4배 이상 올랐다"며 "연무장길 같이 사람이 많은 곳은 7평짜리 권리금이 4억2000만원에 월세는 400만~500만원까지 간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성수동 뚝섬의 주요 상권 임대가격지수는 직전 분기 대비 4.29% 상승했다. 연무장길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B씨는 "메인 라인 10평(약 33㎡)의 권리금이 기본 3억5000만~4억원"이라면서 "권리금과 월세는 꾸준히 올랐지만 카페와 팝업이 들어서 상승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와 카페 등이 들어서며 유동 인구가 많아지자 임대료도 함께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성수1가에서 진행한 한 팝업 스토어 행사장에 사람들이 몰린 모습. /사진=홍승주 기자
성수2가의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증가하며 주변 상가 임대료도 함께 올랐다.

연무장길과 약간 떨어진 성수1가의 반지하 건물에서 옷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4년 전에 월세가 200만~3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00만원대로 두 배 정도 올랐다"며 "지금도 싼 편이고 가게를 넓히고 싶은데 주변 월세와 권리금이 비싸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에 비해 비싼 월세로 폐업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동구 상가의 올해 1분기 매출액(1950억원)은 전년 동기(2070억원) 대비 120억원(약 5.7%)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2075억원)도 전년 동기(2129억원) 대비 54억원(약 2.5%) 감소했다.

성동구 상가 폐업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2분기 2.0%였던 상가 폐업률은 전년 동기 2.4%에서 올해 2.5%까지 증가했다. 성동구 전체 점포 수도 줄고 있다. 2022년 2분기 20321개였던 점포 수는 전년 동기 19890개에서 올해 19686개로 감소했다.

연무장길 근처에서 11년간 신발 가게를 운영한 신씨(남·59세)는 "장사가 안돼 신발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임대료가 3년 전부터 급격히 상승해 3~4배는 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생 협약' 의미 없다… 대책 마련 시급


성동구가 추진한 '상생 협약'이 정작 유동 인구가 많은 연무장길에선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의 한 베이커리에 손님이 몰려 줄을 선 모습. /사진=홍승주 기자
젠트리피케이션 위기가 불거지자 성동구는 2015년부터 '상생 협약'을 추진했다. 이는 서울 숲길, 방송대길 등의 건물주들이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한다는 약속이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현재 급격히 임대료가 상승한 곳은 성수2가의 연무장길 중심 상권. 상생 협약은 성수1가의 서울숲 길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임대료 안정이 필요한 곳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마저도 지역 특색을 보존하기 위해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붉은 벽돌' 건물을 위주로 적용되고 있다.

성수1가의 한 부동산 관계자 C씨는 "상생 협약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구역이 정해져 있고 그마저도 붉은 벽돌 건물을 철거해 재건축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성수1가에서 2019년도부터 사탕 가게를 운영한 상인도 "상생 협약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인근이 다 공사 중인데 성수가 명소로 떠오르며 일반 주택을 이용해 임대 사업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해당 협약이 허울만 남은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수1가의 건물을 임대하며 상생 협약을 진행했다는 한 소품 가게 상인은 "최근에 계약해서 임대료 안정 효과를 체감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상인은 상생 협약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며 실제 임대료 안정에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의 새로운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용산 용리단길 젠트리피케이션 시작


서울 용산구의 용리단길에서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며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성수1가의 한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홍승주 기자
서울 용산구의 용리단길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용리단길은 성수와 마찬가지로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 'MZ 핫플'로 인기를 끌다가 임대료 폭등에 폐업과 공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용산역 근처 상가 임대료는 직전 분기 대비 2.75% 상승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용산구의 올해 2분기 폐업률은 2.5%에 달해 전년 동기(2.10%)와 2022년 동기(1.80%)보다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점포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용산구의 2022년 2분기 점포 수는 1만9946개였으나 전년 동기 1만9661개, 올해 동기 1만9158개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살펴보면 용산역 인근 점포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1.08%를 유지했다. 이는 올해 3분기 서울 평균 공실률(4.94%)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임대료를 감당 못한 상인들이 폐업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 공실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대차보호법 한계… 임차인·임대인 공생 필요


임대차보호법의 한계가 드러나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제도와 임차인·임대인 공생이 절실해졌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사진=홍승주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규제가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지만 실효성의 한계가 지적된다. 2018년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10년간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 계약 해지가 불가하다.

성수동의 경우 임대차보호법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게 상인들의 토로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임대차보호법 대상이 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 상가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산보증금은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시 원래 보증금에 더해진 금액이다. 이에 따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유무가 결정된다. 서울은 환산보증금 기준이 9억원 이하인데 성수동의 경우 약 30%의 상가가 환산보증금 9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법 적용을 받아도 협의 하에 5% 상한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점 등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홍승주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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