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 피해 10명 중 7명 '청년'… "눈물의 월세 선택"
동대문구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H씨(23)는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경매를 기다리며 오늘도 카페로 나왔다. 집에 있으면 전세사기를 당한 사실이 계속 상기되기 때문이다. 편하고 아늑한 안식처여야 하는 집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었다.
지난해 H씨는 현재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다. 이전 집주인이 월세 15만원 인상을 요구해 내린 결정이었다. H씨는 "철저하게 전세사기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며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위험요소에 해당하는 점이 하나도 없었다. 한 건물을 한 사람이 소유하는 게 안전하다고 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전세사기를 걱정하는 H씨를 안심시켰다. 담보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집주인도 이 지역에 계속 살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집이 경매로 넘어간 후 부동산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부동산은 "우리는 뭐 이럴 줄 알았냐"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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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청년층은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세 수요 급증은 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보증금 1000만원 이하) 평균 월세는 61만 9000원이다. 전년 동월(59만 4000원) 대비 4.2% 상승했다.
"월세 50만원도 거의 없어요."
성북구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A씨는 월세 매물 문의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A씨는 "신축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신축이 아니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70만원"이라고 설명하며 "60만원은 기본이고 그 이하 월세는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도 비슷한 상황.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한 동대문구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B씨도 "월세가 50만원 이하인 집들은 건물이 대부분 노후화됐다. 가구나 난방 시설도 낡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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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1실 형태의 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S씨(21)는 "월세가 비싸고 3시간 통학은 자신이 없어 기숙사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S씨는 "음식 조리가 아예 불가능하다"며 "기숙사 식당이 있지만 식사 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Y씨(23)는 통학과 셰어하우스, 기숙사까지 3가지 주거 형태를 경험해봤다. Y씨는 왕복 3시간 반 이상 통학이 힘겨워 학교 근처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 급하게 이사를 준비한 Y씨는 "부동산을 다니며 집을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전세사기도 무서웠다"며 "친구가 살고 있고 보증금이 50만원으로 적어서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곳곳에 지점이 있는 셰어하우스 업체라 믿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단점도 분명했다. Y씨는 "타인과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점이 매우 불편하다"며 "다음 학기부터 비싼 월세를 감수하더라도 혼자 살 수 있는 방을 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금전 부담을 감수하기도 한다. K씨(23)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에 대기 신청을 했으나 공실이 나지 않아 결국 월세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월세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저렴한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세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노인 맞춤형 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청년 맞춤형 주택사업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서관과 운동시설 등 커뮤니티도 중요하지만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기숙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의무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윤리의식 강화 등 자정 노력, 법·제도의 정비와 정보 투명성을 위한 임대차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혜원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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