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아닌데 '22억'…'역대 최고가' 찍은 동네, 이유 있었다
땅값 73% 치솟자 분양가 고공행진 수도권
눈 감았다 뜨면 '역대 최고'
분양가 중 택지비가 74% 차지
PF 경색에 사업 곳곳 지연되자
이자 등 택지비 눈덩이처럼 증가
서울 분양가 3.3㎡당 4700만원
과천·안양 등 연일 최고가 경신
중대재해처벌법·층간소음 규제 등
안전관리 비용 포함 공사비 늘어
"부실PF 정리로 분양 원가 낮춰야"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경기 과천에 들어서는 ‘프레스티어자이’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2억원대(공급면적 3.3㎡당 6276만원)에 이른다. 이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로 공급됐지만 나흘 만에 정당계약이 마무리됐다. 이달 공급한 경기 안양 ‘아크로 베스티뉴’ 전용 84㎡ 분양가도 이 지역 기준 역대 최고가인 15억원대(3.3㎡당 407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7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3년간 분양가 세부내역을 공개한 전국 128개 단지(분양가상한제 적용)를 전수 조사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오른 데는 택지비가 70%가량 급등한 여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도 같은 기간 20~30% 오르며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도심 택지 부족, 낮아진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성동탄 택지비 3년 새 86.5% 껑충
분양가는 크게 아파트를 지을 땅을 구입한 비용과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택지비’, 토목·건축·기계설비 비용과 각종 공사를 포함한 ‘공사비’로 구성된다. 여기에 경비와 분담금 등으로 사용한 ‘간접비’와 사업주체의 이윤이 붙는다.
택지비 상승이 분양가 고공행진의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의 공급면적 3.3㎡당 평균 택지비는 2021년 1321만원에서 올해 2296만원으로 73.8%(975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도 택지비가 59%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에 조성된 단지여도 분양 시기에 따라 택지비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2021년 공급된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택지비로 공급면적 3.3㎡당 495만원이 사용됐다. 인근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는 지난 7월 입주자 모집 당시 3.3㎡당 923만원의 택지비가 사용됐다고 공고했다. 3년 새 86.5%나 급등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폐가치 하락으로 택지비가 크게 상승했다”며 “서울은 택지가 희소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장의 택지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냉각으로 이자비용이 덧붙여진 영향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담당 임원은 “택지비에는 사업 초기 비용인 브리지론(택지 구입 자금) 이자 비용, 본PF 이자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며 “PF 자금 조달 차질로 사업이 지체될수록 택지비는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은 택지비, 지방은 공사비 비중이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9월 기준 수도권 주택의 분양가 대비 택지비 비중은 57%에 달했다. 서울은 74%였고, 인천과 경기는 각각 42%, 56%였다. 지방광역시와 세종은 44% 수준이었다.
안전 관리·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요인 늘어
급등한 공사비도 분양가 상승 요인이다. 수도권 아파트 공사비는 최근 3년 새 3.3㎡당 557만7045원에서 684만5768원으로 22.7%(126만8723원) 늘어났다. 지방은 같은 기간 31.8% 상승했다. 경기 평택시 고덕동과 장안동에는 2022년 ‘평택 고덕 국제신도시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와 지난해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 올해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이 순차적으로 공급됐다. 공급면적 3.3㎡당 공사비는 각각 500만4185원, 572만6866원, 604만8159원으로 차이 났다. 3년 새 공사비가 20%가량 뛴 셈이다.
실제 공사비 상승률은 이번 통계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분양가상한제 단지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실제 공사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실제 상승분은 35%를 웃돈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 요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장인석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경영지원단장은 “최근 공사비 추이를 보면 원자재보다도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라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층간소음 등 시공 품질 규제 강화 등도 인건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택지비와 공사비가 내리는 일은 드문 만큼 향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 분양시장은 공사비가 오르면 생산원가에 큰 비율로 반영된다. 매수세가 위축되더라도 분양가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분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 PF 사업장 정리로 분양 원가가 일부 내릴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 PF 사업장이 공매로 나오면 택지비가 낮아져 분양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또 공장에서 건축물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과 콘크리트 건축 자재를 미리 생산하는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공법 등이 활성화하면 인건비와 안전비용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소현/심은지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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