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돈 떼먹고 호화 생활’… 37개사 오너일가 세무조사 착수

윤희훈 기자 2024. 11. 27.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착복형 오너일가 세무조사 착수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도 다수 적발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주일가의 불공정 탈세행위에 대한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플랫폼 업체 A사는 특수고용직노동자에 대한 대금 정산을 수시로 지연했다. 하지만 A사의 오너일가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하고, 수억원대 피부 관리비와 반려동물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며 사치를 일삼았다. 사주 본인 명의 토지에 회사 연수원을 짓는 것으로 위장해 회삿돈으로 개인 별장을 짓기도 했다. 이후에는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법인으로부터 수억원을 챙겨가기까지 했다.

제조 및 수출업을 하는 B사의 사주는 해외 휴양지에 있는 개인 소유 요트 유지비 수억원을 법인이 대신 부담하게 했다. 해외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B사업장과 같은 주소에 자녀 명의로 페이퍼컴퍼니 C사를 설립한 뒤, B가 수출거래를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C가 수출 주체인 것처럼 위장해 C사에 수십억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자녀에게 시가 40억원 상당의 대형 아파트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녀의 해외여행 경비를 부모 명의 카드로 결제하고도 증여세는 미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삿돈을 자신의 돈처럼 사용하거나 자녀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사익을 추구하고 세금을 회피한 37개 기업 오너일가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다.

이들 오너일가는 법인 명의로 맥라렌 등 고가 스포츠카와 해외 호화 주택을 사들인 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기업공개(IPO), 신규 사업 진출 등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오너일가도 적발됐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오너일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된 기업의 규모는 수백억 원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기업까지 다양하다”면서 “일반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분야, 식음료 관련된 분야 프랜차이즈도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사주 개인 명의 요트의 유지비를 법인 자금으로 부담하고 자녀 명의 페이퍼컴퍼니에 통행세 이익을 제공한 기업 사주일가의 탈세행위 구조.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사익 추구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기업 이익을 독식하면서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탈세 혐의 국내 기업 37곳과 사주 일가를 세무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회삿돈을 사적으로 이용해 고가 부동산·미술품 등을 사들인 기업 14곳, 일감 몰아주기 16곳, 기업공개(IPO) 등 미공개 기업 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한 기업 7곳 등이다.

해외 호화주택이나 스포츠카 등 고가의 법인 자산을 취득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사주 자녀의 해외 체류비와 사치비용을 법인이 부담한 기업 사주 일가가 다수 적발됐다. 이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총 1384억원으로 나타났다. 190억원대 고급빌라를 포함해 고급주택·별장이 559억원, 슈퍼카·요트·미술품 등 사치품이 322억원, 자녀·손자 해외 유학자금 등 사적 유용이 503억원이었다.

사주 지분이 많은 계열사나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을 부당 지원한 16곳도 조사 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사주 자녀에게 알짜 사업을 떼어주거나 고수익이 보장된 일감을 밀어줘, 자녀가 재산을 증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조업체 D사는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자회사 지분을 모두 사주 자녀에게 양도하고, 제품을 저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왔다.

다수의 사주 오너일가는 자녀에게 종잣돈을 증여한 뒤,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부당 지원으로 자녀의 재산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제공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오너의 자녀들이 증여받은 종자돈은 평균 66억원에 불과했지만, 모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방식의 부당지원을 통해 5년 만에 재산을 평균 1036억원으로 16배가량 불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법상 부모 소유 기업이 자녀 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처를 떼주어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자녀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지만, 이들은 신고를 누락했다.

자녀에게 자금을 주고 상장 추진 중인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게 한 뒤, 해당 계열사를 상장시켜 자녀에게 수십 배의 이익을 안겨 준 기업 오너도 있었다. 사주 본인도 제삼자 명의를 빌려 주식을 산 뒤, 양도해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 사주는 차명 거래로 양도소득세도 피했다. 이처럼 IPO, 신규 사업진출 등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기업과 사주 일가는 7곳에 달했다.

민 국장은 “민생 경제 안정을 저해하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사주 일가의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며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