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선정됐지만 이젠 계산기 두드려야···‘승자의 저주’ 우려도 [1기 신도시 재건축]

류인하 기자 2024. 11. 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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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 아파트 전경. 정지윤기자

재건축 선도지구로 총 13개 구역, 3만6000가구가 선정됨에 따라 1991년 최초 입주한 1기 신도시(경기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이 33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만 계획한대로 진행되기엔 추가분담금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동의한 각종 공공기여분, 100년 이상 유지되는 장수명 주택 인증 등 조건들을 충족하고도 어떻게 사업성을 가져갈 지를 이제부터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도지구 선정이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7일 브리핑에서 “선도지구에 지원한 대부분의 단지들이 구역의 정형화, 장수명 주택, 이주단지 반영, 추가공공기여 부지 등을 다 반영하겠다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상 모든 선도지구가 정비사업계획에 공공기여가 가능한 최대치를 반영해 제출한 것이다.

공공기여분이 높아지면 사업성은 떨어진다. 이는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분양물량을 늘리고 분양가를 높여 사업비를 회수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사업비 회수가 가능한 지역은 분당 외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분당 신도시의 경우에도 성남시의 정비 기본계획안에 따라 정비 용적률이 기준용적률(326%)를 넘어서면 공공 기여율이 증가(10→50%)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이유로 용적률을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기 신도시 가운데 평균용적률(169%)이 가장 낮은 일산의 상황도 밝지는 않다. 서울과 더 가까운 3기 신도시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는 데다 대곡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로 주택이 추가공급될 예정이어서 선도지구 지정에 따른 호재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당은 강남의 대체 주거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양가를 높여도 분양이 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일산은 대단지가 많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아 분양가를 무한정 높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큰 경제 상황에서 조합원 각자가 얼마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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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치로 약속한 공공기여분, 사업성 약화로

전문가들은 이주대책을 사실상 주민 자율에 맡겨놓은 것도 향후 정비사업을 더디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당초 신도시 당 한 곳 이상에 임대주택형 이주단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이주단지 마련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각 지구별로 사업속도는 제각각이겠지만 전체 이주물량을 고려했을 때 주변 전·월세 가격이 치솟는 것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 내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전무한 점도 향후 ‘임대인·임차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들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도 두고봐야 할 요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 있는 지역은 수주전이 벌어지겠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곳은 계산기를 두드려볼 것”이라며 “특히 선도지구 아파트는 장수명 건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도지구 지정은 출발점일 뿐 정비사업의 핵심인 금전(추가분담금)도 감안해야 한다”며 “정부가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결국 대출해준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출가능 여부나 금리 등을 모두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13곳 선정 … 분당은 샛별·양지·시범우성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71330001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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