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의 시대 맞이한 건설업…불확실성↑·주가↓[시장의 경고]⑫
트럼프 재집권에 대외 불확실성↑…국내 건설경기 장기 침체 우려
[편집자주]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표 수출주 삼성전자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 중이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미래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전쟁 후 폐허를 딛고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에 정작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망이 없다'는 시장의 경고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건설업이 무(無)의 시대를 맞았다. 돈줄은 말랐고 일감은 사라졌다. 숙련된 근로자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성장성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대형 건설주는 줄곧 하락세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
돌파구로 문을 두드린 해외시장마저 녹록하지 않다. ‘정부·금융기관·세계 유수의 건설기업’ 등이 총망라된 국가 간 수주전 양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 지난해 수주액 중 상당량을 차지했던 계열사 물량이 감소한 데다 수주를 기대했던 프로젝트의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가계부채 관리 명목하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팀 코리아를 구성해 수주 지원 활동을 진행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지수는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4.4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요 건설사 주가 변동률은 △삼성물산(028260) 0.33% △현대건설(000720) 4.58% △대우건설(047040) 4.03% △디엘이앤씨(375500) 2.37% △지에스건설(006360) 3.37%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294870) 14.04%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 건설경기는 부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70.9로, 전월 대비 4.7p(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건설경기실사 세부 실적지수 중 신규 수주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자금 조달지수와 수주 잔고지수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27개 건설사 부도…폐업 전년대비 증가
건설경기 침체는 부도로 이어졌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2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45곳)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지난해 연간 부도업체 수(21곳)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면허별로 부도 업체는 △종합 11곳 △ 전문 16곳 등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서울 1곳 △경기 3곳 △부산 6곳 △대구 1곳 △광주 2곳 △울산 1곳 △강원 1곳 △충남 1곳 △전북 1곳 △전남 4곳 △경북 2곳 △경남 3곳 △제주 1곳 등으로 나타났다.
폐업 건설사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올해 1~10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394건으로, 전년 동기(326건)보다 20.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579건에서 1710건으로 늘었다.
신규 등록은 면허에 따라 다른 모습이다. 올해 1~10월 누적 종합건설사 신규 등록은 전년 같은 기간(923건) 대비 59.37% 줄어든 375건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문건설사 신규 등록은 지난해 1~10월 누적 3874건에서 올해 1~10월 누적 4199건으로 증가했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평가기준실장은 “분양 경기에 기반한 분양 연기·미분양 주택수 규모 관리는 리스크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업기반 확보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고금리하에서 사업 지연은 금융 부담 증가로 인한 사업성 저하로 귀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외 불확실성↑…국내 건설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대외변수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한 국채 발행·보호무역주의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당분간 환율 상승을 전망했다.
또 원유 증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물가상승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정책이 지연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글로벌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점쳤다. 이 경우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 재정 악화로 발주 감소가 예상됐으며 금리인하 지연으로 프로젝트 수익성 악화·이자비용 부담으로 인한 불황 지속 등이 우려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해외건설 수주 물량 중 상당 부분이 계열사 물량이었는데, 올해는 프로젝트가 급감했다”며 “글로벌 수주 경쟁도 치열한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라 우리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국내외 모두에서 일감이 줄어들면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막상 수주해도 프로젝트를 이끌 숙련공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데, 해결책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PF 부실화 우려와 지방 주택시장 침체 등에 대응해 금융·세제 지원 및 규제 개선 등 맞춤형 지원으로 시장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글로벌 경제 영토를 넓히고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기나긴 겨울에 생존하기 위한 집중화 전략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안정적인 공공물량 공급과 우량기업 역량 보존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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