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이한준 "1기신도시 재건축, 잘 굴러갈지 냉정히 봐야"
분당 말고는 "부담금 따라 추진 제한적일 것"
"신축매입임대 5만가구 가능, 재정지원 필요"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후 정상적으로 굴러갈 지구가 얼마나 될지 냉정히 봐야 한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기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1기신도시를 짓고 다시 정비하는 총괄사업을 담당할 LH의 수장이 1기신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지적한 셈이다.
이한준 사장은 21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선도지구 선정에 여기저기서 손들고 있지만 지정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부담금"이라며 "경제성(자기부담금 규모에 따라)에 따라 추진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당은 다른 곳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
그는 "1기신도시 정비계획 29만6000가구 중 선도지구 10%, 약 3만가구로 봤을 때 5개 신도시에서 정상적으로 뿌려질지(이주가 가능할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주 대책 문제를 좀 더 정밀하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해 지난 5월 1기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5곳에서 2만6000가구, 최대 3만9000가구 아파트 단지를 정비 선도지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선도지구가 선정되면,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등을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관련기사 :1기 신도시 첫 재건축 '최대 3.9만가구' 11월 선정(5월22일)
문제는 3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선도지구 선정 단지의 이주, 철거, 착공 등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조합설립, 설계, 영향평가, 시행자 선정 등 행정절차를 2년 안팎에 마쳐야 하고, 이주 철거도 1년 내 진행해야 한다. 이주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 역시 이런 문제에 공감하며 우려를 표한 것이다. 다만 이 사장은 "1기 신도시는 LH가 건설한 도시로 '결자해지'의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 한다"면서 "선도지구 결정 시 LH가 총괄사업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이주 문제와 관련해) 분당의 경우 성남시장과 유휴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보자며 협의하고 있다"며 "LH가 가진 부지와 사옥 일부 등 용도변경과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산은 창릉신도시를, 산본은 산본신도시 옆 준공업지역을 활용하는 등,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급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자기부담(금) 수준이 (사업 진행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부채비율에 막혀 주택공급 등 추진사업이 부진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사장은 "경영평가로 인해 2028년까지 부채비율을 208%에 맞춰야 해 그동안 정부 추진사업들을 뒤로 미뤄왔었다"면서 "부채비율이 231%로 완화돼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에 얽매이지 않고 정부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내 5만가구 공급(매입약정)이 목표인 매입임대와 관련해서는 "공급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세사기로 죽어버린 비아파트 시장을 복원해 소비자들에게 주거 선택 다양성을 높이고 소규모 영세 건설사의 경제 회복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신축매입임대를 통해 비아파트 1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LH는 올해 5만가구, 내년 6만가구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까지 17만가구 물량의 신청이 들어온 상태며 7만가구가 심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약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5만가구 공급 달성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면서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인 공급을 위해 수도권 4개 본부에 매입임대사업처를 만들고 인원도 추가적으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약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신축 매입임대 신청건이 크게 늘면서 땅 주인이 땅값을 높게 불러 중간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의 후 약정 체결비율이 통상 대비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 [혼돈의 신축매입임대]①회심의 '공사비 연동형'도 허술, [혼돈의 신축매입임대]②업무도 재무도 LH는 과부하
전세사기 피해지원 업무도 본격화했다. 이 사장은 "지난 10일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으로 관련 업무가 대부분 LH로 넘어왔다"면서 "내년 7500가구 피해주택 매입이 예산에 반영됐으며 추가 예상까지 포함해 최대 1만5000가구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는 약 3만명 규모로 정부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은 인원은 약 1만8000여명이다. 정부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통해 불법건축물까지 매입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해 매입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H는 불법건축물의 경우 합법적 건물로 고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사장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크게 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자금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입임대주택 평균 호당 매입가격은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 4억원으로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장은 "1채 매입 때마다 자체 자금 1억원 이상이 들어가고 유지 관리, 운영에 있어 연간 2조2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매입임대 재정 지원규모는 아직 65% 수준으로 최소 9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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