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삼성·현대 1.6조 수주전…조망권vs건축계 노벨상
1조6000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맞붙었다. 삼성물산은 한강 변 전면 배치된 4개 동에 나선형 구조를 적용해 한강 조망권을 극대화하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설계업체 자하 하디드와 협업을 통한 '랜드마크'급 설계를 강조했다.
건설업계 라이벌인 두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경쟁을 벌이는 것은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수주 경쟁에서는 현대건설이 '이수 힐스테이트'를 앞세워 시공권을 따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이 이달 18일 시공자 선정을 위해 진행한 입찰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응찰했다. 조합은 2025년 1월 1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해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공공 350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 수준으로 총 예정 공사비는 1조5723억원에 달한다.
한남 4구역은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 대규모 정비사업인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총 1만2466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 공급된다.
삼성물산은 특화 설계를 적용한 차별화 단지 계획을 내세웠다. 단지명은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한강 변 전면에 배치된 4개 동을 마치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로 설계한 원형 주동 디자인을 적용했다. 삼성물산은 이 디자인으로 정비 사업 최초로 특허를 출원했다.
조합원 100%를 대상으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해 조합원 프리미엄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선보인 미래 주거 기술 '넥스트 홈'을 반영해 세대의 향, 조망 그리고 입주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평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가변형 구조 설계로 특화했다. 서울시청 광장 6배 규모(약 1만2000평)의 커뮤니티 시설도 확보한다. 가구당 면적은 기존 공동주택 대비 2배(약 5.03평) 수준이다. 100여개의 다양한 시설을 품은 한남지구 최대의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제안서에 따르면 한남4구역을 하나로 통합한 3개 층 높이의 센트럴 커뮤니티를 통해 입주민들은 사계절 내내 스포츠, 문화 생활 등을 즐길 수 있다. 블록별로도 다목적 체육관, 카페 등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는 쾌적한 시설이 마련된다. 또 한남지구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조성되는 스카이 커뮤니티는 한강·남산·용산공원 360도 어라운드뷰 시설로 구축된다.
현대건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았다. 자하 하디드는 2004년에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곡선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미국 뉴욕의 '520 West 28th',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문화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걸작을 디자인했다. 현대건설은 한남 4구역에도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 한강의 물결과 남산의 능선을 형상화한 곡선미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건설은 조합원 모든 세대가 한강, 남산과 용산공원 등의 조망을 누리게 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당초 51개로 계획했던 동수를 29개 동으로 줄여 세대 간 공간을 확보하고 45도로 회전된 주동 배치로 개방감을 높일 예정이다. 한강 변 최대 길이인 300m에 달하는 더블 스카이 브릿지도 조성한다. 3개 동을 연결하는 190m 다리와 2개 동을 연결하는 110m 다리는 자하 하디드의 곡선미를 강조한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설계됐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을 한남3구역의 '디에이치 한남'과 연계해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표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한남동 일대에 8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구축 고급 주거지로서의 입지를 쌓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공동주택 사상 최초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해 곡선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설계를 제안했다"며 "한강의 곡선과 남산의 자연미, 넓게 펼쳐진 공원 등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한강 변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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