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한복판서 분양사기 친 간 큰 시행사… 연예인·은행원도 당했다

조은임 기자 2024. 11. 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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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아츠논현’서 분양·전세사기 벌어져
5성급 호텔 회원권·발렛 제공 ‘하이엔드’로 홍보
수분양자 일부, 사기·허위광고 혐의 시행사 고소
피해자 일부 ‘개인파산’ 신청… 1심서 승소판결도
‘아츠논현’ 토지주도 소송… “370억 중 22억 미지급”
가구업체·광고대행사 등에도 미지급 시위 벌어져

가수로 활동 중인 양모(36세·남)씨는 2020년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세관사거리 근처에 공급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아츠논현’을 분양받았다. 당시 양씨가 낸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인 약 2억9000만원. 분양을 진행한 시행사 ‘논현에스에이치’는 당시 인근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회원권과 함께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했고, 양씨는 이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분양 당시 홍보됐던 혜택은 모두 제공되지 않았다. 양씨는 현재 시행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양씨 측은 “평당(3.3㎡) 1억원에 달하는 분양가에는 호텔 회원권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21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언주로 624에 있는 하이엔드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아츠논현’을 분양받은 수분양자 일부가 시행사를 상대로 사기분양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확인된 피해자만 6명으로, 피해액은 최소 60억원이다. 피해자는 연예인과 은행원 등도 포함됐다. 수분양자들은 1억5000만~2억9000만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냈다. 하지만 분양 당시 홍보했던 사항들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은 잔금을 치르길 거부하고 입주하지 않았다. 피해자들 중 3명은 월 400만~600만원에 이르는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이들은 시행사 논현에스에이치를 사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최근 진행된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논현아츠' 전면부의 모습./조은임 기자

시행사 논현에스에이치는 2020년 11월부터 ‘아츠논현’의 분양 홍보를 진행했다. 시행사는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회원 ▲컨시어지 전문업체 D사의 24시간 발렛파킹 서비스 ▲복층 상층부 바닥 공사를 통한 확장 가능성 등의 혜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츠논현은 지하 6층~지상 20층, 1개동, 총 66가구로 구성됐다. 저층부는 오피스텔, 상층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시공은 호반건설이 맡아 2020년 12월 착공, 2023년 10월 완공했다. 시행사 논현에스에이치는 아츠논현이 착공되기 얼마 전인 2020년 5월 설립됐다.

시행사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분양 당시 홍보했던 주요 사항들을 제공할 수 없다고 수분양자들에게 통보하기 시작했다. 아츠논현과 약 100m거리에 있는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회원권은 1km 이상 떨어진 N호텔 회원권으로 바뀌었다.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측도 분양 당시부터 아츠논현 홍보에 활용되는 데 항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의 평생 회원권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24시간 발렛주차를 포함한 컨시어지 서비스도 현재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홍보물에서 언급했던 D사와 업무협약(MOU)을 진행하다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층 상층부 확장공사는 건축법 상 불법이다. 피해자들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이를 확인, 시행사에 항의했지만 ‘영업사원의 개인적인 홍보’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행사는 수분양자들에게 확장공사를 해줄 인테리어 업체 리스트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논현에스에이치 대표인 박모씨는 “상층부 확장 공사 건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받기도 했다”면서 “임페리얼 팰리스 회원권은 호텔 측의 리모델링 사정으로 가격이 더 비싼 N호텔 회원권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츠논현은 이외에도 사업 단계별로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논현에스에이치는 아츠논현 토지 매입단계부터 토지주에 370억원 중 22억원을 미지급한 내용으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또 분양 과정에서 계약을 맺은 다수의 협력업체로부터도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구업체와 광고대행사, 분양대행사 등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다. 피해업체들은 지난 8월 아츠논현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츠논현' 앞에서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독자 제공

논현에스에이치는 신탁사 ‘하나신탁’ 소유의 ‘아츠논현’ 매물로 임대차 계약을 시도하는 전세사기 행각도 벌였다. 개인사업자 홍모(39세·남)씨는 지난달 논현동의 K공인중개사무소에서 ‘아츠논현’을 소개받았다.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로부터 ‘회사소유’인 복층 전세매물을 8억5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논현에스에이치 임원으로부터 “성의를 보여달라”는 말을 들었고, 200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입금했다. 입금한 계좌명은 하나신탁이 아닌 논현에스에이치였다.

이 과정에서 중개사는 휴대폰으로 등기부등본의 ‘을구’를 홍씨에게 보여주며 계약을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등기부등본 중 갑구에서는 소유권을, 을구에서는 근저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홍씨는 신탁사 매물은 ‘신탁원부’를 확인해 대항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신탁원부에는 논현에스에이치가 채무자로, 제4순위까지 금융사와 건설사 등이 우선수익자로 기재돼 있었다. 홍씨는 2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중개사무소, 시행사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하나신탁에 따르면 현재 ‘아츠논현’에는 하나신탁 소유의 매물이 20가구 가량 남아 있다.

홍씨는 “중개사는 가계약금 2000만원을 입금한 이후 등기부등본 전체를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면서 “신탁원부에 대해서는 시행사 임원이라는 사람과 중개인으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고, 차후 가족, 지인으로부터 들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계약현장에 있었던 에스에이치논현 임원은 “저는 담당자가 아니다. 제 변호사와 얘기를 하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는 신탁사 매물을 악용한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이다. 신탁사 소유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신탁원부를 보여줘야 한다. 또 신탁사 동의서를 받아야만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신탁사 소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등기부등본 갑구를 현장에서 보여주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공인중개사 개인이 소송을 당해 벌금 300만원이상의 판결을 받게 되면 등록 취소까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논현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아츠논현 수분양자들의 매물이 ‘마이너스 프리미엄(P)’이 붙어서 나와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분양가 대비 2억원 저렴한 매물까지 나와 있다”면서 “전세가격은 기존 최저 6억원대에서 4억원대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신광현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최근 3-4년 전부터 하이엔드를 표방한 오피스텔들이 과장 광고를 통해 고가의 분양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시공은 광고 수준을 한참 하회해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안에 따라 건축물분양법 위반, 분양사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이 가능할 수 있으며, 분양 계약 해제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법무법인 소속인 이기웅 전문위원은 “투기성 부동산 분양 트렌드에 편승한 불투명한 이력의 논현에스에이치 경영진들은 지킬 의사가 없는 사항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수분양자들을 현혹했다”면서 “분양사기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서는 ‘하이엔드’를 표방한 오피스텔들 모두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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