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정리하고 알짜 자회사 매각하고…혹독한 겨울 준비하는 건설사들
현대·롯데는 PF사업장 정리
경기 악화 장기화에 곳간 채우기 안간힘
주요 건설사들이 재무 건전성 관리와 현금 유동성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비주력 사업의 자산을 매각하고 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손을 떼고 있다. 고금리와 자재비‧인건비 인상, 주택경기 침체 등 건설업황 부진으로 건설사들의 이익 창출 능력은 감소했는데 부채비율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건설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체력을 비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비주력 사업의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곳은 GS건설과 DL이앤씨다. GS건설은 2012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 회사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담수 플랜트와 상‧하수 처리 전문기업으로 당시 경영난에 빠졌던 모기업 OHL(Obrascon Huarte Lain)로부터 사 온 곳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이니마 인수 후 2019년 이 회사를 GS건설의 완전자회사(지분율 100%)로 편입했다. 2022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예상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매출액은 4023억2500만원, 영업이익은 379억8100만원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분 전체를 팔지 일부만 팔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100%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매각 대금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면 새로운 신사업 투자 등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도 비주력 사업인 호텔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DL그룹은 자사 호텔 부문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각하기로 하고, 글래드 여의도(객실 319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객실 282실), 메종 글래드 제주(객실 513실) 등 3곳에 대한 잠재 매수인을 찾고 있다. 가격 등을 담은 제안서를 받은 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1977년 삼호(현 DL건설)가 설립한 오라관광을 모태로 하는 회사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액 801억1200만원, 영업이익 200억600만원, 당기순이익 143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매각 예상가는 6500억원 전후다.
주택 사업의 일부를 매각하는 곳도 있다. 대우건설은 동탄 지역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단지를 만들기 위해 만든 시행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오는 22일 ‘동탄2대우코크렙뉴스테이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동탄2 대우 뉴스테이)’에 대한 보유 주식 225만주 중 180만주를 매각해 1800억원 가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동탄2 대우 뉴스테이는 대우건설이 2015년 설립한 시행사로 기업형 뉴스테이인 동탄행복마을푸르지오 단지를 분양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 임대 정책 중 하나로 민간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임대주택을 짓고, 8년간의 임대의무기간이 지나면 분양이 가능한 곳이다. 동탄행복마을푸르지오는 2018년 임대의무기간이 시작돼 2026년 2월부터 분양할 수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관리와 건전성 강화에 나선 건설사들도 많다. 현대건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브릿지론 보증 규모를 연말까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작업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4조3000억원 규모였던 보증 규모를 확 줄이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9월 대전 도안지구 35블록(BL) 사업장의 시공권을 포기하며 보증을 섰던 브릿지론 300억원을 변제한 후 사업장에서 손을 뗐다. 일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추가 손실 확대를 막은 것이다.
건설사들이 알짜 자회사까지 팔며 유동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건 건설업황 부진과 주택경기 침체, 고금리와 자재‧인건비 등 건축비 상승이 겹쳤고 이런 상황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 제출 21개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10개사다. 건설업이 호황일 때 1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도 급감했다. 10대 건설사 중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5.2%)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130.45를 기록했고,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0.9로 전월보다 4.7포인트(p) 내렸다. 공사비는 인상되고, 건설사들이 바라보는 체감경기는 얼어붙은 상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주택경기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도 미뤄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이익 감소가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건설사들은 최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익이 줄어들고 재무상황이 악화하면 시장에서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기에 기업 내부에 자금을 쌓아 외부의 우려를 차단하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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