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국평 아니어도 15억원…'인서울' 쉽지 않네
강서·성북은 전용 84㎡ 14억원대
"이문·장위뉴타운 분양권 오름세에 편승"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규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분양 단지는 1000가구에 못 미치는 규모에도 인근 평균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이다.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신축이라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노후 아파트가 많은 강북권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의 분양가가 '국민평형(전용 84㎡)' 15억원에 가까울 거라 전망하고 있다. 3.3㎡ 당 4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주변에 비교할 만한 단지가 없어도 구축보다 웃돈이 붙고, 다른 지역의 분양가를 따라갈 거란 이유다.
서울 평균보다 비싼데…시세 비슷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4가 유원제일1차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들어서는 550가구 규모 중형 아파트다. 이 단지는 2·5호선 영등포구청역과 2·9호선 당산역까지 도보로 각각 7분, 12분 소요된다. 일반분양은 전용 51㎡(99가구)와 59㎡(12가구)만 공급된다.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14억4230만원이다.▷관련기사: 당산·영등포구청 사이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 공급(11월4일)
인근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2020년·802가구) 전용 59㎡가 지난 7월 14억6500만~15억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다. 현재 이 아파트 매물 가격은 15억5000만~16억원 선에 형성됐다.
'당산 삼성 래미안4차'(2003년·1391가구)는 전용 59㎡가 없다. 국민평형인 전용 84㎡의 경우 지난 8월 17억4000만원에 최고가를 찍고 지난달 16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 분양가는 서울 평균을 껑충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평)당 약 4695만원이다. 전용 59㎡ 11억7380만원, 전용 84㎡ 15억9637만원 정도다. 1년 전보다는 45.8% 급등한 셈이다.
당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산역 9·10번 출구 쪽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몰려있어 거래가 활발했다"며 "유원제일1차가 재건축하면 아무래도 신축이고 초등학교가 더 가깝다 보니 선호도가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가 2028년 입주하는 신축임을 고려하면 최소 1억~2억원 이상 시세차익은 충분히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구축밭에 등장한 신축…'국평 15억' 뉴노멀?
강서·성북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경우 국민평형이 14억원대에 일반분양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강서구 등촌동 등촌1구역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543가구 규모 단지다. 9호선 등촌역까지 도보 8분 소요된다. 일반분양은 전용 59㎡(103가구)와 84㎡(171가구) 등 274가구로 예정됐다.
등촌동에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는 만큼 목동, 염창동 단지와 비교할 수 있다. '목동 롯데캐슬 마에스트로'(2019년·410가구) 전용 84㎡는 지난 8월 12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매물은 최고 14억원에 나와 있다. 같은 달 'e편한세상 염창'(2019년·499가구) 국평은 14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후 시세는 15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등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전용 84㎡ 받는 조합원 매물이 분담금 포함 11억원대에 나왔었다"며 "일반분양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매물을 다 거둬들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성북구 삼선동2가에 분양하는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1223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369가구)와 84㎡(140가구) 등 509가구다. 한성대학교와 붙어있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다.
이 단지가 입주하는 2027년이면 주변과는 14년 넘게 연식 차이가 생긴다. '삼선 SK뷰'(2012년·430가구)는 지난 8월 1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매물은 최고 13억원대에 나와 있다. 같은 평형의 'e편한세상 보문'(2013년·440가구)은 지난 9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시세는 11억5000만원까지 높아졌다.
중랑구 상봉동의 상봉터미널을 복합개발해 들어서는'더샵 퍼스트월드'는 국평 12억~13억원대 분양가가 예상된다. 이 단지는 999가구 가운데 800가구가 일반분양으로 풀린다. 오피스텔 308실도 추후 공급된다. 경의중앙선 망우역과 7호선 상봉역 도보권에 위치하는 게 특징이다.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2020년·1505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12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매물은 최고 14억원대에 나와 있다.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2025년 예정·1055가구) 분양권은 지난 9월 11억3730만원에 거래됐다.
상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봉동엔 구축이 많은데 면목동, 중화동보다 입지가 좋다 보니 더샵 퍼스트월드에 대한 문의가 꽤 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최소 12억원 이상 나올 것 같다. 이마트 상봉점 부지까지 순차적으로 개발되면 이 일대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북 국평 15억원'이 새로운 기준이 될 거라 내다봤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이문뉴타운의 '래미안 라그란데' 전용 84㎡ 분양권이 최고 15억2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3월 입주 예정인 장위뉴타운의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같은 평형 분양권이 14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북권 분양가는 14억~15억원대로 상향 평준화됐다. 이문·장위뉴타운 가격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분양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국평 14억원이 지금 시장에선 가장 저렴하게 나올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본다"며 "신축 공급이 귀한 만큼 웬만한 브랜드 아파트라면 높은 분양가로 나와도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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