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서울시 땅'에 묶여 있던 '55살' 아파트, 재건축 나선다

박형윤 기자 2024. 11.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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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땅에 지어진 단지 2곳 정비사업 '속도'
이촌중산, 토지매입 75% 이상 찬성
59㎡ 약 5억···10년 분할납부 추진
市, 이르면 내년초 매매계약 체결
'종상향 불가' 한남시범 1대1 선회
소유주, 주차장 부지 문제도 수용
분담금 부담 크지만 "입지로 극복"
1970년 지어진 토지임대부주택들이 20일 서울시의 시유지 매입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나섰다. 서울 용산구 중산1차시범아파트(왼쪽 사진)와 한남시범아파트(오른쪽 사진)의 모습. 조태형·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서부이촌동이라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소유 부지에 지어져 정비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1970년생’ 토지임대부주택 이촌 중산시범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을 위한 시유지 매입에 나선다. 현재 가구당 매입 금액, 납부 기한 등 굵직한 계약 조건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이르면 2025년 초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매입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인근 단지들의 시세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높아 소유주 대부분이 토지 매입에 찬성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시유지 매입을 위한 계약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 조건 등에 대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계약서 작성이 완료되면 소유주들에게 매매계약서를 일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소유주들이 요구한 10년 분할 납부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4695.5㎡) 총매각 금액은 1092억 원이다. 1동과 5동 등 전용 59㎡ 소유주는 약 5억 원, 전용 49㎡ 소유주는 약 3억 원대의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계약금은 매입 금액의 10%다. 한 소유주는 “계약금과 2회 차 납부 시 토지에 대한 등기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등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시범아파트의 전경. 성형주 기자 2024.11.20

중산시범아파트는 한강 변, 용산 철도정비창 사이에 위치하는 1970년 준공된 토지임대부주택으로 전용 39~59㎡ 228가구로 구성돼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통합 개발하는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발되면서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토지 매입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반대도 있었으나 75% 이상의 소유주들이 토지 매입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7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현재 3종 일반 주거 지역으로 용적률이 195% 수준이다. 현재 전용 59㎡ 기준 매물은 10억 원 수준이고 인근 구축 아파트인 북한강 성원아파트는 15억 원에서 17억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중산시범아파트의 주거 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촌 한강 변에는 구축밖에 없는데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촌의 랜드마크로 가격을 선도하는 아파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 준공, 토지임대부주택이라는 동일한 조건의 한남 시범아파트는 재건축에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한남 시범아파트는 이미 시유지 부분을 다 사들였고 10월 통합 심의를 신청했다.

한남 시범아파트는 소유주들이 2016년 5개 필지를 사들이며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난관은 주민들이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 매입이 불발되며 시작됐다. 해당 부지에 대해 서울시가 공원 용지라면서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소유주들은 행정소송 진행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현재 1종 일반 주거 지역인 가운데 종 상향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 1대1 재건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남 시범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고도 제한이 현재 20m에서 24m로 높아졌음에도 종 상향을 하지 못해 1대1 재건축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남시범아파트의 모습. 조태형 기자 2024.11.20

한남 시범아파트는 현재 120가구로 전용 69·59㎡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1대1 재건축시 동일 가구, 동일 면적이 유지된다. 1대1 재건축으로 진행하면 분담금 부담이 크지만 한남동이라는 입지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소유주들의 판단이다. 옥수역 도보 이용이 가능하다. 한남 시범아파트 인근의 한남 더힐은 최근 전용 59㎡ 시세가 32억 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하이엔드 아파트로 재건축이 된다면 한남 더힐처럼 고급 단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한담 더힐의 시세를 보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남 시범아파트는 2021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해 ‘디에이치 메종 한남’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 당시 현대건설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입지적 가치를 보유한 한남 시범아파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최고급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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