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현대산업개발이 사고 쳤는데, 건설업계 매년 565억씩 비용 내야... 2년 만에 ‘물 탄 콘크리트’ 본격 규제
국토부, 건설공사 규제 강화 추진한 지 2년 만
규제개혁위 “규제 비용 계산해 제출” 요청
GS건설·현대산업개발 사고로 8900억
정부, 규제 비용보다 손실 비용이 커 결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손실비용 8925억원 대 규제 직접비용 4471억원.’
정부가 잇단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 탄 콘크리트’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한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부실 시공에 따른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직후 정부는 콘크리트의 강도를 확인하기 위한 수량(水量) 측정 검사 의무화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규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법적 강제성을 갖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규제 비용보다 건축물 붕괴로 인한 건설업계의 손실 수습 비용이 더 크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은 끝에 콘크리트 품질 검사에 대한 법적 의무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20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을 최종 고시했다. 개정안에는 콘크리트 품질관리 표준시방서(건설 공사를 시행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기록한 서류)에 단위 수량 시험을 의무화했다. 또 시험의 빈도 규정을 반영했다. 기존에는 콘크리트 단위 수량 시험은 ‘필요 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1일마다, 120㎥마다, 배합 변경 시’에 진행해야 한다.
국토부는 2년 전부터 이 같은 내용의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을 추진했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콘크리트의 강도, 이른바 물 탄 콘크리트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제는 2년간 강제성을 갖지 못했다. 국토부는 2022년 9월 개정안을 선보였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부처는 새로운 규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예고 절차를 거쳐 규제개혁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고시되고 규제는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에서 국토부의 건설공사 규제 강화가 건설업계 전반에 과도한 규제가 될 것으로 우려해 비용을 추계하라고 요구하며 심사가 중단됐다.
규제개혁위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는 콘크리트 품질관리 시험 강화에 따른 비용을 계산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를 통해 전국 건설사와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자 약 8만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건설업계가 부담해야 할 직접 비용은 10년간 4471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연간 균등 순비용은 565억원 수준이다. 이 비용은 품질관리비의 산출기준, 엔지니어링 노임단가, 공공요금 등과 예상 시험 증가 횟수 등을 고려해 산출됐다.
국토부는 이 규제의 간접편익으로 부실 콘크리트 건축물 사고의 손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간접편익은 정량적 평가를 통해 1766억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국토부는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사고 비용을 기반으로 간접편익 비용을 추산했다. 국토부는 GS건설의 손실 비용을 5524억원, 현대산업개발의 손실 비용을 3401억원으로 평가했다. 두 회사의 총 사고 손실 비용은 총 8925억원이다. 국토부는 평균 손실 비용을 4463억원으로 잡고, 사고 빈도 등을 고려한 콘크리트 품질저하로 인한 연간 손실 비용을 평균 2232억원으로 추정했다.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는 공통적으로 콘크리트 품질 저하가 원인이 됐다.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전단보강근(철근) 누락과 함께 콘크리트 품질의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품질 불량이 지적됐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품질관리의 부실로 인한 GS건설 검단사고의 대책으로 전면재시공을 결정했으며 철거, 신축공사, 입주예정자 보상금 등을 손실로 반영했다”며 “광주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붕괴현장 역시 콘크리트 품질관리의 부실로 인한 발생한 사고이며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비용 계산을 기반으로 규제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규제 도입으로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콘크리트의 품질이 향상되면 사고로 인한 사후관리 비용 저감 및 분쟁 가능성 저하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개혁 심사 절차에서 비용 분석을 추계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외부 용역을 통해 비용 및 타당성 분석을 하다 보니 (규제 도입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최종 고시가 이뤄졌으니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내용이 건설업계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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