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라 덜 오른다'는 공시가격, 효과비교 '오락가락'
9월엔 내년 현실화율 '3%P' 제시해 비교했지만
두달 지나 '내년 9~14%P 오를뻔 했다' 말 바꿔
1억이상 차이…'성과 뻥튀기, 납세 혼란' 지적도
윤석열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해 왔지만 관련 법안 통과 불발로 연내 폐지가 어려워지자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동결로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고 시세변동분만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정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법안 개정까지 공시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로드맵' 도입 전인 2020년 수준을 3년째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화율을 반영한 내년 공시가격 예상금액'이 2개월 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예시와 크게 달라 정책 성과를 부풀리려다 납세자 등 주택 보유자들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법 개정 불발…현실화율 2년 연속 '동결'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 부동산 가격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 보고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67개 제도의 부담금 산정 및 복지제도에 활용된다. 현실화율은 이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2030년(단독주택 등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시가가 시세와 동떨어져 부동산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세가 훨씬 높은데도 보유세를 더 적게 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보유세 부담 증가, 복지 수혜 축소 등을 우려하며 이 계획 백지화를 추진했다. 지난 9월에는 국토부가 현실화율 폐지 계획을 담은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관련기사: 문재인 '공시가격 현실화'…윤석열, 3년만에 백지화(3월19일)
9억짜리 집 내년 공시가격 '6.5억원→6.3억원'(9월12일)
다만 현실화율 폐지,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변경하는 '공시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에서 국토부는 문 정부의 '현실화 로드맵'대로라면 공동주택의 시세반영률이 올해 69%(2020년 기준)에서 내년 78.4%로 9.4%포인트 오를 것이라는 가정을 제시했다. 로드맵은 공동주택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 토지는 2028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었다.
2021년(공동주택 70.2%)과 2022년(71.5%)에는 로드맵에 따라 시세반영률이 적용됐다. 하지만 집값이 뛰며 공시가격이 올라 각종 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로드맵 적용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내렸다. 올해와 내년에도 동결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실화율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에 따라 내년 공동주택 시세반영률은 69%, 표준주택은 53.6%, 표준지는 65.5% 수준이 유지된다. 여기에 올해 연말 시세변동률을 곱해 내년 공시가격이 정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상황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대로 약 10~15%포인트 정도 높은 시세반영률이 적용되면 부동산 가격 변화가 없어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며 "보유세·부담금 증가, 복지수혜 축소 등 국민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특별 지역이나 가구의 공시가격이 튀지 않도록 '균형성 제고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주택 사이 벌어진 시세반영률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으로 내년부터 공시가격의 1.5% 한도 내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락가락 숫자에 소비자 '혼란' 우려
하지만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기존 현실화 로드맵 적용시 비교 가정'이 달라 혼란을 부추겼다.
정부는 이번 현실화율 동결로 시세 9억짜리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올해 6억2200만원에서 내년 6억3200만원(시세상승분 1.52% 적용)으로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보유세는 84만8000원에서 86만5000원으로 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당초 로드맵대로라면 내년 공시가격은 23.47% 오른 7억6800만원, 보유세는 6.3% 오른 90만1000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국토부가 지난 9월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안을 내놓으며 '현실화 로드맵 유지 때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 수준으로, 현실화율은 3%포인트가량 오를 것이라 예상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12억짜리 공동주택의 경우 로드맵 적용시 현재 8억3000만원에서 내년 10억2400만원으로 23.3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공시가격이 시세의 85%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지난 9월 예로 제시한 8억6700만원과 1억5700만원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보유세는 133만6000원에서 160만6000원으로 20.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비교 대상 내년 공시가격 예상금액이 2개월 만에 1억원 넘게 차이나다보니 납세자 등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9월과 이번(11월)에 발표한 내년 공시가 예상금액은 기준이 좀 다르다"면서 "9월 발표에서는 현실화율 폐지를 가정했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이 10년간 연평균 3%포인트씩 오르는 구조인 점을 감안해 1년 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현재 폐지가 되진 않았기 때문에 시세반영률을 동결하지 않고 내년 로드맵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가격을 산출한 것"이라며 "지난번(9월)에도 러프하게(대충) 책정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리하면 지난 9월엔 내년 로드맵 적용 공시가격 예상금액을 2020~2030년간 적용할 연 평균치인 3%포인트(1년 치)만 적용했고, 이달엔 2020년(현재 수준 69%)에서 2025년(목표치 78.4%) 변동치를 한 번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단순 산출 기준 변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2개월 만에 크게 달라진 숫자에 일각에서는 윤 정부 임기가 절반 지난 시점에서 정책효과를 부풀려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보유세…시세 크게 오른 '강남' 체감
전국적으로는 내년 보유세 부담이 과하게 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긴 했지만, 전체 공시가격이 크게 뛸 정도는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보유세가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현실화율도 동결되는 만큼 조세저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강남 등 서울 선호지역 아파트의 경우 시세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유세 변동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WM추진부가 시뮬레이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유세가 올해 993만원에서 내년 1236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27.14% 오른 규모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의 경우 581만원에서 24.29% 오른 729만원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토부 예시금액 대비 상대적으로 금액이 높은 것은 시세상승폭에 대한 판단 차이 때문"이라며 "서울과 경기의 보유세 상승률,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非)강남 간 상승률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말 부동산 시세를 반영해 결정된다. 표준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 열람은 올해 12월, 최종 공시가격은 내년 1월 결정된다. 공동주택은 내년 3월 공시가격(안) 열람을 통해 4월 최종 결정가격이 나온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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