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부족해서 이사 못하게 생겼어요"… 대출 규제에 입주대란

이화랑 기자 2024. 11. 2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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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규제가 시작되며 대출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입주예정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잔금대출 방안을 발표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가산금리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주산연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규제로 입주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기존 거주하던 주택의 세입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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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조' 부채 뇌관에 은행 대출 문턱↑ 잔금 못 구한 실수요자 발 동동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한도는 줄고 금리는 높아졌다.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분양계약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진은 19일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 대기업에 재직하며 맞벌이로 자녀 한 명을 키우는 40대 A씨는 연말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부푼 꿈이 흔들리고 있다. 분양계약 당시 무주택자 자격으로 분양가의 80%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는데 막상 입주 시점에 이르러 은행의 한도 제한으로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규제가 시작되며 대출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입주예정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잔금대출 방안을 발표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가산금리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가산금리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39%로 전월(4.07%) 대비 0.32%포인트 올랐다.


"잔금대출 실행돼도 한 달 새 금리 1% 높아져"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 어렵게 잔금대출을 실행했지만 금리가 높아 부담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1만2032가구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실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분양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입주율은 전월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미입주 원인은 '잔금대출 미확보'가 30.9%로 가장 많았다.

주산연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규제로 입주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기존 거주하던 주택의 세입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실수요자의 대출 조이기 정책이 논란이다. 지난 19일 B씨는 "1주택을 소유한 실거주자이고 갈아타기를 계획 중"이라며 "내년 3월 잔금을 치를 예정인데 대출 실행이 안 돼 계약금만 날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인들도 입주 수요가 끊기면서 대출 규제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임대 중인 C씨는 "전세 세입자와 계약이 만료돼 보증금을 반환하려고 다른 집을 매물로 내놨지만 안 팔리고 있다"며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매수가 뚝 끊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 광명시의 신축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D씨는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한동안 연락이 오지 않아 부동산에 문의하니 손님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쉽게 전세가 나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근 이유는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때문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빚은 19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 통상 잔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잔금대출과 전세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중은행들이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신규 분양이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입주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집단대출도 문턱이 높아졌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잔금대출 한도가 부족해 논란이 일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은 해당 단지의 대출 한도를 9500억원으로 책정했으나 전체 대출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가까스로 잔금대출에 성공해도 금리가 높아 주거비용의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다음 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를 앞둔 E씨는 "1금융권에서 고정금리 4.7%로 6억원 대출을 받았는데 한 달 전 3.4%에서 1%대가 올랐다"며 "이자만 월 300만원인데 오히려 새마을금고 금리가 4.4%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1금융권의 대출 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 잔금을 치르려다 자금 계획이 꼬인 경우 부족분을 제2금융권과 신용대출 등에서 해결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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