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오피스텔' 르웨스트, 입주 둘러싼 진실공방
이달 말까지 입주기간이지만 한자릿수 입주율
계약자 대표 단체 "부실시공, 대출심사 촉박"
시공사 "하자 보수 중…입주지원금도 지급"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생활형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잔금을 치르고 입주해야 함에도 대다수 계약자가 입주하지 않으며 건설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계약자들은 부실 공사로 인해 입주가 '불가'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이들이 입주를 '거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입주할 수가 없다…'막무가내' 잔금 압박"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CP2블록 개발사업을 통해 지하 6층~지상 15층, 5개동으로 지어졌다. 오피스텔 876실과 판매시설 198실, 업무시설 144실로 이뤄졌다. 2021년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로 분양했으나 올해 8월 서울시로부터 용도변경을 허가받았다. 지난달 24일 오피스텔로 전환했다. ▷관련기사: '생숙대란' 피했다…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오피스텔로(8월21일)
단지는 8월 28일 강서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 3개월 뒤인 이달 29일까지를 입주 기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계약자 876명 중 600여 명이 계약 해지 소송을 지속해 입주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협회는 "사용승인(8월28일)과 오피스텔 용도변경 승인(10월24일) 이후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 도저히 입주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사전점검 결과 누수와 배관 파열, 부실시공 등 수많은 하자가 발생했으며, 분양 당시 홍보했던 것과 다른 저렴한 마감재가 사용됐다는 게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시행사 마곡마이스PFV는 수분양자에게 중도금 대출(분양금액의 60%)과 잔금(30%)을 오는 29일까지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실행하겠다는 통보도 동시에 했다.
지난 15일엔 내용증명을 보내 "중도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하지 않으면 당사가 대위변제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총분양 대금의 10% 몰취, 지급명령·가압류 등 법적조치, 중도금 대출이자 별도 청구, 오피스텔 용도변경 관련 청구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분양자 협회 회장인 송민경 씨는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에 오피스텔로 기재된 게 이달 11일"이라며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을 기간이 2주에 불과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살 수 있게끔 공사를 마치고 커뮤니티도 제대로 갖춘 뒤 입주 기간을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송 씨는 "우리는 입주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다. 지난 주말 입주박람회도 자체적으로 열었다"며 "우리 단지의 문제가 오피스텔 전환을 앞둔 전국 생숙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비용도, 공공기여도 부담하는데…"
반면 롯데건설은 모든 이슈가 해결됐음에도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전환해 주거가 가능해졌는데도 계약자들이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부실시공을 이유로 잔금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자 주장과 관련해 "다른 단지와 마찬가지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수준이다. 대부분 정리됐고 계속해서 보수를 진행 중"이라며 "준공 직후 마무리가 덜 된 사진을 현재 모습인 양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잔금을 치르기에 입주 지정기간이 촉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지원금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 기간 연장은 금융권과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행사 측이 배포한 입주 축하 안내문에 따르면 사업 주체는 이달 29일까지 잔금 납부 예정 확인서를 작성하고 다음 달 24일까지 분양대금(잔금, 중도금상환, 대납이자 등)을 완납한 가구에 입주지원금을 지급한다. 면적에 따라 800만~1800만원 수준이다. 지난 18일엔 이와 관련해 협약 은행을 초청해 입주 예정자 설명회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귀책 사유가 아니지만 생숙이라 대출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금융비용을 대신 내주면서 입주를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오피스텔 전환에 따른 공공기여 납부금 200억원도 계약자 몫이지만 시행사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배경에 분양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21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16억1000만원이었다. 현재 매물 가격은 14억8500만~17억1000만원 수준이다. 실거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차익을 남기는 거래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란 게 안팎의 설명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생숙으로 분양해 모든 가전이 포함돼 있다. 계약자들은 계약금 10%만 내고 중도금은 대출, 잔금은 미납한 상황"이라며 "3년 전 분양가보다 비싸게 팔 수 없으니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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