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대 광역시에 제2의 판교”…사업 계획서로 보는 성공 가능성[황재성의 황금알]
2: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개 광역시
3: 난개발 방지용 녹지가 미래형 신도시로 변신
4: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장은 아직 현재진행형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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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미디어들이 붙인 제목입니다. 국토부 발표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개 광역시에 ‘도심융합특구’를 지정해 지방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도심융합특구는 지난해 10월 제정된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법률’(도심융합특구법)에 따라 지방 도시의 도심에 조성되는 산업·주거·문화시설 등을 갖춘 복합공간입니다. 지방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도심융합특구에 제2의 판교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국토부는 7일 보도자료에서 5개 광역시에 도심융합특구 지정 사실을 전하면서 ‘판교형 테크노밸리 본격 착수’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또 이날 함께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도심융합특구는) 인재·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인프라(사회간접자본)와 접근성이 용이한 지방 5개 광역시 도심에 ‘지방판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판교 테크노밸리를 앞세운 것은 그만큼 이들 지역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운영하는 판교테크노밸리 누리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2 테크노밸리에는 1622개 업체, 7만 8751명의 근로자가 일하며 연매출액 167조 7000억 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과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 104조 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입니다.
국토부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 요인으로 ①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에 ②직(職·직장)·주(住·주거)·락(樂·오락)이 고루 갖춰졌으면서 ③정부 재정지원과 범부처 차원의 지원이 집중된 공간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따라서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서 5개 광역시에 청년과 기업에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도심융합특구 조성을 위한 지원방안은 매우 다양합니다.
우선 용도지역이나 용적률, 건축물 높이 등에 대한 도시 및 건축규제가 완화돼 고밀 복합개발이 가능해집니다. 국·공유지 토지 이용이 쉬워지고, 국·공유지 사용료 및 부담금은 감면됩니다. 기업 밀집 구역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도심융합특구 내 기업에 근무할 종사자를 위한 지원책도 여럿입니다. 청년 종사자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위해 주택이 특별공급됩니다. 일자리 연계형 주택이나 청년 특화 임대주택 등과 같은 맞춤형 주거지원책도 제공됩니다. 우수한 국제학교 유치와 학교 신설 시 자율학교 지정 방안 등이 추진됩니다.
지역의료원 설립 등 의료시설이 공급되고, 의료법인에 노인주거복지시설 등 부대사업이 허용됩니다. 또 미술관·공연장 등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전시·문화시설을 포함한 공원·녹지 등도 조성됩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5개 광역시에 도심융합특구가 조성된다면 지방판 판교가 될 수 있을까요. 5곳의 사업계획을 톺아보며 그 가능성을 따져보겠습니다. 수도권 남동부에 자리한 거대한 녹지공간이었던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변모하는 과정도 살펴보겠습니다.
● 부산 해운대 VS 대구는 경북도청-경북대-삼성창조캠퍼스
이곳은 주변 산업단지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산업의 혁신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입니다. 고속도로 3곳과 도시철도가 인접해 있고, 주요 도심이나 관광지와도 가깝습니다.
도심융합특구의 산업혁신거점으로 조성될 경북도청 후적지에는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할 글로벌 연구개발구역 ▲창업기업, 기업종합지원센터 등이 입주할 혁신기업구역 ▲지역 내 중견기업과 수도권·타 지역 유치기업이 입주할 앵커기업구역 ▲문화관광체육부에서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허브 등이 들어섭니다.
또 이곳에서는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도심항공교통(UAM) 산업 생태계 조성 ▲인근 제3산단 내 위치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스마트로봇혁신지구 등과 연계한 스마트 로봇 물류 실증단지 구축 등이 추진됩니다.
경북대학교는 인재육성거점으로 지정돼 대학이 지닌 다양한 청년인재 육성 인프라를 활용해 특구 혁신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을 책임지게 됩니다. 삼성창조캠퍼스는 창업허브거점으로 지정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창업지원기관과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주민 문화시설들을 연계한 지역창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맡습니다.
● 광주는 상무지구 VS 대전은 대전역 VS 울산은 울산역
광주시는 이곳에 1조 5790억 원을 투자해 상무지구에는 도심융합특구를, 인근 9만 1298㎡에는 특구연계사업을 각각 추진할 계획입니다.
사업은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우선 KTX 대전역세권을 중심으로 대덕 연구개발특구의 R&D 역량을 활용한 첨단지식·기술·문화 관련 기업들을 유치해 육성하고, UAM 등 첨단 교통 환승 체계를 구축됩니다. 이어 옛 충남도청과 중앙로 일대를 청년들의 창업·문화 거점으로 조성하고 국·공유지를 활용해 기관과 기업 유치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KTX 역세권융합지구는 울산 서부권 신도심 혁신 성장거점을 목표로 고속철도를 통한 전국·부울경의 주요 거점과 울산 산단·기업을 연결하는 제조·혁신 전진기지로 구축됩니다. 이를 위한 주요 사업으로 ▲이차전지 전략산업 및 포스트-비(POST-BI·창업보육센터 졸업기업 지원 공간) 클러스터 ▲애그테크(첨단농업기술) R&D ▲BIO 복합타운 ▲R&D 기업허브 등의 조성 사업이 추진됩니다.
다운혁신융합지구에는 우정혁신도시 및 울산테크노파크와 연계해 원도심에 혁신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혁신 및 실증연구센터와 R&D단지, 기업종합지원센터 등이 들어섭니다. 울산시는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2만 6201명의 일자리 창출과 1만 1825채의 주택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돼 울산시의 양적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 엎치락뒤치락 우여곡절 많았던 판교 신도시 개발
판교는 1976년 주변 일대 66.8㎢와 함께 ‘남단 녹지’로 지정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준하는 수준으로 건축행위 등을 규제받았습니다. 당시 대규모 녹지 지정 과정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개 주장이 엇갈립니다. 하나는 박 대통령이 1974년 헬기를 타고 일대를 지나가다가 “앞으로 긴요하게 쓸 땅이니 개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입니다.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수도권 집중과 신도시 건설(1))
또 다른 하나는 “1976년 3월 17일 성남시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도시과밀화 현상에 대해 보고받은 뒤 남단 녹지 일대를 ‘그린벨트 준용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그해 5월 4일 판교와 분당 등이 포함된 주변 일대가 남단 녹지로 지정됩니다. (성남시사편찬위원회, 성남시사 6; 도시개발사-도시박물관, 성남)
이후 남단 녹지는 정부가 1987년 4월 27일 분당신도시(19.6㎢) 조성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철옹성처럼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분당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남단 녹지는 1992년 해제됐습니다. 이후 판교 일대를 둘러싼 개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과정은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수도권 집중과 신도시 건설(2)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실록에 따르면 판교 개발이 맨 처음 제기된 시기는 분당신도시 건설이 막바지였던 1994년입니다.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이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자체 개발을 주장하는 성남시의 요구에 밀려 무산됩니다.
이후 1998년 4월 건교부가 성남시의 개발계획을 받아들여 판교 일대를 개발예정용지(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언제든지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 땅)로 지정하면서 판교 개발은 수면 위로 오릅니다.
1999년 7월 당시 이건춘 장관이 ‘개발 불가’를 밝히며 잠시 주춤해졌던 판교 개발은 2000년 1월 판교 개발에 적극적이던 토지개발공사의 김윤기 사장이 건교부 장관으로 옮겨오면서 다시 불이 붙습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인 그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준농림지 난개발이 심각한 상태”라며 “난개발 방지를 위해서 판교신도시 개발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판교 일대의 땅값(3.3㎡ 기준)이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껑충 뛰자 사흘 뒤인 22일 건교부는 “김 장관의 개인 소신일 뿐 판교 개발은 검토한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섭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건교부는 국토연구원의 정책건의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판교 개발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이후 정치권과 경기도, 환경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판교 개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됩니다. 최종적으로 개발이 결정된 시기는 이듬해인 2001년 5월. 당시 정부와 여당은 판교를 ‘저밀도 전원도시’로 개발한다는 원칙에 합의합니다. 이어 건교부는 같은 해 12월 26일 판교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합니다.
이후에도 판교를 둘러싼 논란과 우여곡절은 계속됐습니다. 2006년 3월에 첫 분양이 진행될 때까지 주택 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들고, 개발 방식과 분양 방식이 바뀌는 일이 이어진 것입니다. 판교 개발의 초점이 난개발 방지에서 과밀 억제→집값 안정→무주택자 주거 안정→환경 보호로 계속 바뀌면서 초래된 정책 혼선이 원인이었습니다.
● 연매출 168조 원 올리는 글로벌 융복합 R&D 허브
엄밀하게 당시 준공된 곳은 1단계 사업지 8.4㎢입니다. 전체 면적(9.3㎢)의 9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후 도로, 상업시설, 단독주택지 등이 6단계에 걸쳐 들어서면서 전체 사업이 완료된 시점은 2019년 6월 30일.
이후 판교는 성공한 신도시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그 중심에 66만 1000여㎡ 규모로 조성된 R&D 특화지구, 일명 ‘판교 테크노밸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1기 수도권 신도시(분당·일산·중동·산본·평촌)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자족성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추진된 사업이었습니다.
여기에는 2005~2015년까지 5조 2705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또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NHN 등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CT(문화콘텐츠기술) NT(나노기술) 관련 첨단 업종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유치됐습니다. 그 결과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융복합 R&D 허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테크노밸리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고 인근 시흥동, 금토동 일대에 43만㎡에 첨단산업단지를 추가로 조성하고 제2 테크노밸리(2015~2024년)로 이름 붙였습니다.
2022년 기준 1,2 테크노밸리에는 1622개 업체, 7만 8751명의 근로자가 일하며 연매출액 167조 7000억 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성남시가 2022년 제작한 홍보물 ‘판교, 다 잇다 있다’에 판교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의 성장, 확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제2 테크노밸리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둔 금토 공공택지지구에서 제3 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업을 주도하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따르면 제3 판교 테크노밸리는 금토 공공택지지구 내 자족시설용지 6만 여㎡에 2029년까지 사업비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연면적 45만㎡ 규모의 민관 통합 융복합지식산업센터입니다.
GH는 1,2 판교 테크노밸리가 업무공간과 도시 활력 시설 등의 부족으로 주말이나 야간이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사회초년생은 직주근접에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직주락학(職住樂學·사는 곳에서 일하고 즐기고 배운다)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또 사업 활성화의 핵심이 될 직(職)은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한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GH는 투자설명자료를 통해 “(제3 판교 테크노밸 리가 조성되면) 1조 461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025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3771억 원의 소득유발효과, 1만846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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