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 '사망자' 확 줄었다…"답은 현장점검·스마트 안전장비"[2024건설안전]⑥
건설현장 사망자 절반이 '추락사'…내년 초 '추락사고 감소대책' 발표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 3년차를 맞아 건설현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은 정부와 건설업계가 건설현장의 안전확보를 위해 기울이고 있는 다양한 노력과 결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건설안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건설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현장에 가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김 정책관은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사고 감축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건설사고 사망자 5년 내 '최저'…"현장점검 정책효과 발휘"
최근 건설안전 분야의 눈에 띄는 지표 중 하나는 '사망자' 수다.
8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건설사고 누적 사망자 수는 총 1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작은 규모다. 아쉬운 건 사망자 2명 중 1명이 '떨어짐(추락사)' 사고라는 점이다.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국토안전관리원, 지방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은 물론 학회, 협회 등 민간 기관과 손잡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김태병 정책관은 "건설현장의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올해만 약 2만 3000여 곳의 현장을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점검은 계절에 따라 지반이 불안정해지는 점을 고려해 △해빙기(2~3월) △우기(5~7월) △동절기(11~12월) 등으로 나눠 실시했다.
특히, 김 정책관은 이 같은 현장점검이 건설현장의 '긴장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 내 건설업체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지방국토관리청, 외부 전문가가 사고 현장뿐 아니라 해당 건설사의 다른 현장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형 건설사들의 책임감과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또 "공사비 50억 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가 취약할 수 있다"며 "이들 현장은 지방국토관리청과 국토안전관리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중 상시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김 정책관이 현장점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제 사망자 감소 효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현장점검이 이뤄진 뒤 사망자 발생률은 공사비 규모와 관계없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 정책관은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추락사'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고령자, 청년층, 외국인 등 작업자별 추락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가능한 내년 초까지 '추락사고 감소 특별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지원'…제도 정비·인식 개선 '병행' 추진
김 정책관은 건설현장 점검 외에도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은 공모를 통해 지능형 CCTV, 충돌방지장치 등 건설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비들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이는 300억 원 미만 중·소 건설현장이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AI(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안전 기술이 전산업에 걸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반면 건설업은 그 속도가 더디다.
김 정책관은 "올해 130개 현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사업을 지원했다"며 "내년에는 200개 현장을 지원하는 등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거나 스마트안전 장비를 활용하는 현장에는 공제료, 수수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민간의 기술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이러한 지원 덕에 스마트 안전장비를 도입한 건설현장의 사고 발생률은 평균 0.357%로, 일반 현장(0.461%) 대비 약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공사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철근 누락 사태로 촉발된 무량판 구조 건축물과 관련해선 설계단계부터 구조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정기안전점검 내실화 △주요공정 의무점검 등을 도입해 실제 시공이 설계도서에 맞게 진행됐는지 확인받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김 정책관은 "광역지자체와 국토안전관리원에 현장점검 권한을 부여하고, 공공 공사에 적용 중이던 설계안전성 검토제를 민간으로 확대해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열악한 근무환경 등 건설업의 고질적 문제들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인식으로 작용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정책관은 "건설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전반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사회‧경제‧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협의체(협의체)'에 참여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협의체는 민간 주도 거버넌스로,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건설현장 중대재해·도심 지뢰 싱크홀…"사전 예방책 추진"
국토부는 인력, 예산이 열악한 중·소규모 현장에 대한 지원사업도 병행 중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2년 유예를 거쳐 올해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영세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중처법 확대 시행 후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입에선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장감이 커졌다.
김 정책관은 "안전·품질관리 역량이 미흡한 100억 원 미만 중·소규모 현장 1200곳을 대상으로 건설현장 사고사례 및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는 공사 전 안전·품질 검토 및 승인 사항 등 연간 100회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는 전국의 대규모 굴착공사장 94곳에 대한 합동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최근 서울 등 전국 도심 곳곳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땅 꺼짐·싱크홀)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 발생한 지반침하는 총 958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91건의 땅 꺼짐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로 차량 1대가 통째로 빠지고,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치고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정책관은 "지반침하의 주원인은 노후 상하수관로 손상, 다짐불량, 굴착공사 부실 등에 따른 토사 유실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하안전관리체계 개선 TF'를 운영 중"이라며 "예측·예방 중심의 지하안전 관리체계를 마련해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9년)'에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 약력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학사·석사) △영국 버밍엄대 Governance, Sustainability 박사 △교통정책실 광역도시도로과장 △기획조정실 행정관리담당관 △운영지원과장 △건설정책국 건설정책과장 △항공정책실 공항항행정책관 △건설정책국 기술안전정책관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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