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4800만원을 어디서 구합니까”···서민들 ‘날벼락’

심윤지 기자 2024. 11. 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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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대출 규제 강화에
입주 예정자들 문의 폭주
서울 성북구 등 강북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당장 4800만원을 어디서 구합니까? 대출 한도를 턱걸이로 계산한 제 잘못인가요? 능력이 안되니 처음부터 생각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건가요?”

경기도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부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받아 잔금을 마련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입주를 불과 세달 앞둔 지난달 정부가 디딤돌 대출 한도를 4800만원이나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장 입주를 앞둔 수요자들의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6일 보완 대책을 내놨다.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까지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A씨도 다음달 2일 전까지 대출을 신청하면 기존 한도 그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다음달 2일까지 대출 신청이 어려운 이들이다.

정부가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를 발표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금 마련 계획이 어그러진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문의글이 다수 올라왔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빼다 쓰겠다는 정부가 기금 안정성을 이유로 서민 대출을 조인다는 불만도 상당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디딤돌 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등기가 나지 않은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한 디딤돌 대출(후취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그동안은 신축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준공 전 시중은행과 협의해 집단대출을 받은 뒤, 준공이 되면 담보를 바꿔 금리가 더 저렴한 정책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이러한 후취담보대출 관행이 주택도시기금의 건전성을 훼손한다며 규제에 나섰다. 다만 신축아파트 입주를 코앞에 둔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다음달 2일 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내년 6월30일 전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수 있는 단지는 후취담보가 허용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방공제’가 적용(12월2일 이후 대출 신청건 기준)된다. 방공제는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것을 감안해, 최우선 변제해야 하는 소액임차인보증금만큼을 제하고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 용인시·화성시·김포시 등 경기도 과밀억제권역의 소액임차인보증금변제금은 4800만원, 파주시·평택시 등은 2800만원, 그밖의 지역은 2500만원이다.

방공제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자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입주예정자는 “실 거주인 사람에게 방공제를 왜 적용하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입주예정자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꾸려고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써놓고 이제 와 기금 안정성을 이유로 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 내 입주가 불가능해 후취담보대출 자체가 막히는 단지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기 오산시 오산세교 하우스토리 더센트럴(2025년8월), 인천 서구 e편한세상 검단에코비스타(2026년7월) 등이 대표적이다. 파주 운정3 A20블록 등 공공분양 단지도 있다. 해당 단지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본청약을 두 차례나 연기한 상태다.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계약 취소’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미분양 상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9월 기준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9521가구로 대구(8864가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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