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은 청년들 주고…은퇴 후 강원·충남 갑니다" [집코노미 - 집 100세 시대]
서울-지방 상생모델 '골드시티'
은퇴한 서울 시민에게 지방에 새주택
기존 주택은 청년에게 재공급 '순환'
강원 삼척, 충남 보령서 사업 추진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상생 모델인 '골드시티'가 새로운 실버타운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골드시티는 은퇴한 서울 시민에게 지방의 새 주택을 제공하고, 기존 서울 주택은 청년 등에게 재공급하는 상생형 순환 도시 사업이다. 강원 삼척시와 충남 보령시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원 삼척, 충남 보령 등에 '골드시티' 조성
서울시는 충청남도와 지난 7월 협약을 맺고 보령시에 서울시민 3000가구가 이주해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골드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보령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충남개발공사 등이 참여한다. 골드시티는 청정 자연환경과 도시 인프라(병원·문화·여가 등)를 갖춘 지역에 편의시설, 고품질·장수명 주택, 관광·휴양·요양·의료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SH공사는 협약에 따라 서울 주택 보유자에게 새 주택을 지방에서 공급하고, 기존 서울 주택은 매입·임대해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수도권 인구 과밀과 지방소멸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주거 정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경력과 역량을 갖춘 은퇴자들은 지방 휴양도시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골드시티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서울지역 청년·신혼부부 주택난 완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에는 강원 삼척시에 1호 골드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삼척시 일대 50만㎡ 부지에 27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독주택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와 강원도, 삼척시, SH공사 등은 내년 착공을 목표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국에서 처음 도입되는 골드시티 모델인 만큼 이주자 일자리 등을 연계할 수 있도록 산업 환경 분석에도 나선다. 상가와 업무, 관광시설 조사를 포함한 것으로 '자족 기능'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지방 대학들도 실버타운 사업 관심
골드시티에 대한 서울시민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SH공사가 올해 초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만 40세 이상 서울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58.5%)은 “골드시티로 이주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거나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가 충분할수록 골드시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주 의향이 있는 경우 시점은 앞으로 6~10년 이내 40.2%, 3~5년 이내 30.0% 순이었다. 골드시티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주거비용’(40.3%)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환경’(27.9%), ‘자신 또는 가족의 건강’(20.2%) 등이 꼽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골드시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이주 희망 지역으로 경기(58.3%), 강원(24.5%)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골드시티에서 희망하는 서비스는 보건의료(62.1%)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골드시티 조성 시 중요한 고려 요인은 안전성, 편의성, 성장성, 쾌적성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와 비(非)수도권 대학도 실버타운 조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칠성면 율원리 일대 3만4866㎡ 부지에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성산별빛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읍 정장리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를 세울 계획이다. 두 사업은 정부가 은퇴자 등의 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의 일환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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