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차액 기존 분양자에게 지급” 법원 결정에 할인분양 막힐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할인분양을 한 시행사가 기존 수분양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분양이 앞으로 어려워져 미분양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민사부는 앞서 대구 수성구 수성동 ‘빌리브헤리티지’ 분양자 34명이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 시행사인 그라운드디홀딩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라운드디홀딩스가 원고에게 할인분양으로 발생한 차액 68억976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하 2층~지상 29층, 4개 동, 총 146가구 규모로 조성한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단 25가구만 팔려 미분양이 심했다. 잔여 물량은 공매 절차를 거쳐 분양가보다 3억원 넘게 저렴한 가격에 입주자를 구해 완판됐다.

이에 수분양자 25가구는 지난 2월 시행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시행사 측에 차액 반환을 요구했다. 계약 당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했다.

반면 시행사 측은 할인분양과 공매는 다른 절차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공매와 분양 절차는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의미로 “변경된 분양 가격 조건이 매수인에게 유리하다면 그 변경 절차, 방법, 경위, 내용 등을 불문하고 약관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판결이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 봤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할인분양 판촉에 사실상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와 시공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미분양 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할인분양은 최근 3년간 분양 경기가 악화되면서 활발해졌다. 특히 지방의 경우 미분양 단지가 많아 시행사가 할인분양을 판촉 수단으로 썼다.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7262가구로, 전월 대비 801가구(4.9%) 늘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1만7781가구)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