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현장을 일상 공간으로···공간 활용의 대안 제시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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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침략 야욕이 서려 있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다크투어리즘의 명소로 조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 알뜨르 비행장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풀만 무성하게 자랄 뿐 치욕의 역사 현장으로 방치된 채 남아 있다.
2024 건축문화대상에서 학생 설계공모전 일반분야 대상을 수상한 홍익대 정은아 학생은 '시간적 장소성 : 알뜨르 비행장'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 활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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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장소성: 알뜨르 비행장'
제주도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침략 야욕이 서려 있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일본 해군이 1931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했고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초기 폭격기지로,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에는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결호 작전의 비행장으로 이용됐다. 일본군들이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건설한 전투기 격납고도 19개가 남아 있다. 이 중 10개는 2006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다크투어리즘의 명소로 조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 알뜨르 비행장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풀만 무성하게 자랄 뿐 치욕의 역사 현장으로 방치된 채 남아 있다.
2024 건축문화대상에서 학생 설계공모전 일반분야 대상을 수상한 홍익대 정은아 학생은 ‘시간적 장소성 : 알뜨르 비행장’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 활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자연 속에 남겨진 아픈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일상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기본 콘셉트이다.
이를 위해 정은아 학생은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를 ‘종(種)’으로 규정했다. 종을 사람과 자연 등 생물학적 관점에 국한하지 않고 건축 장소(사이트)도 소외된 하나의 종으로 바라보았다. 버려진 문화유산과 사람, 자연이라는 각각의 종이 새로운 개념의 건물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 특징을 살펴보면 무질서하게 흩어진 9개의 격납고를 연결한다. 하나의 거대한 단일 층의 열린 공간이 형성되는데 내부는 땅의 고저를 충실히 반영한다. 중심으로 향하면서 땅이 낮아지고 일부는 언덕과 같은 모습으로 조성해 자연 대지를 그대로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외부에서 보면 자유 곡선이 돋보이는 덮개 구조에 내부 유리 벽이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점도 눈에 띈다. 건물 지붕은 기존의 땅을 엎지 않고 기존 격납고 위에 얹어진다. 현재의 논밭과 도로, 과거의 격납고를 모두 유지한 채 조성되는 지붕은 과거와 현재의 궤적 위에 얹어지는 셈이다. 계속해서 덧대어지고 얹어지는 시간의 흔적들은 한 장소 안에 전시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9개의 격납고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해 주는 또 다른 핵심은 ‘푸드 허브’라는 프로그램이다. 인근 논밭에서 재배되는 작물을 가공, 포장, 판매하는 공간을 내부에 만들었다. 이 지역 토양에 적합한 보리를 활용한 맥주 생산과 비어 스파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전시장 등도 조성한다.
푸드허브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고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주변의 논밭에서 재배된 작물은 시설로 전달돼 즉시 판매되거나 2차 생산물로 가공되고 레스토랑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또 시설에서 발생하는 잔반과 음식물 쓰레기는 공정을 통해 비료로 재활용돼 지역의 ‘자연 순환’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정은아 학생은 “이러한 무한 순환 구조 덕분에 이 거대한 시설은 하나의 자립 단위로 기능하며, 기존의 자연환경은 새로운 의미를 얻고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공간이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약 5만㎡에 달하는 거대한 건축물 중 25%만이 내부 공간이기 때문에 건물 전체에 단열재나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빗물을 활용한 에너지 시스템도 적용해 지속가능성 측면도 공을 들였다.
심사위원은 “흉물스럽게 방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역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상과 공존하는 건축물로 바꿀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철거의 대상이자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문화유산을 긍정적 인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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