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꿈 '제7광구' 국익 수호 더욱 노력해야
제7광구 석유가스전 한일 공동개발 협정 2028년 만료
외교부, 39년 만에 일본과 협상 나서… 中도 호시탐탐
포항 ‘대왕고래’보다 제7광구 ‘검은진주’가 더 시급하다.
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 및 가스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지역의 기초 탐사를 맡았던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에우 고문이 대통령의 발표 직후 나흘 만에 한국을 방문하여 언론 브리핑하는 등 전국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들끓었다. 결국 경제성과 탐사업체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탐사 시추업체인 노르웨이의 시드릴사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 ‘대왕고래’ 해역은 우리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언제든 탐사 및 시추를 추진해도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지난 9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JDZ) 협정)’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가 39년 만에 열렸다. 협정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파이낸셜뉴스는 “종료 통보만 없으면 협정은 지속되는 만큼, 이번 협상의 목적은 실질적으로 7광구 공동개발을 재개시키는 데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설령 JDZ 협정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해당 구역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주변국이 일방적으로 자원 개발을 하거나 경계 획정을 할 수 없다”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7광구 석유가스전은 제주해분(濟州海盆) 일대에 설정된 자원 탐사구역으로, 제주해분의 화석 퇴적층은 제주특별자치도 남쪽에서부터 일본의 규슈와 중국 대륙 가운데에 넓게 뻗어 있다. 이 광구에는 채산성 있는 석유전 및 천연가스전이 다량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미 7광구와 가까운 중국 측에 인접한 해안에는 중국 정부에서 무단으로 설치한 수십 개의 원유 시추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해분의 명확한 경계선은 파악하기 어려우며, 대륙붕 문제의 경우 한국 일본 중국 등 삼국이 주장하는 자국 대륙붕의 한계가 전부 다르다. 다만, 한일 대륙붕 협정에서는 7광구에 해당하는 지역을 제주도 남쪽에서 일본 서쪽에 있는 약 8만2000㎢의 마름모꼴 지대로 파악했다. 이는 남한 전체 면적의 약 80%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의 해역으로, 마라도 바로 밑에서 오키나와 위까지 넓은 범위에 뻗어 있다.
7광구에 매장된 석유량을 미국 에너지 관리청에서 발표한 주요 자원부국 현황과 비교해 보면 위 그래프와 같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되는 최대 매장량일 뿐이며, 실제 시추공 탐사에서 채산성 있는 유전 발굴에 실패할 경우 가채 매장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자료 출처가 과학적인 탐사·분석을 통한 것이 아니라 중국 측의 추정에 불과하여 신뢰성이 떨어진다. 7광구 바로 서쪽에 벌써 유전을 설치해 개발중인 중국에 의한 빨대 효과로 주변국과 파이를 나눠 먹는 형국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제7광구의 역사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6월 16일 이낙선 상공부 장관의 공식 발표로 1광구를 비롯한 2광구부터 7광구까지를 포함하여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여 이 해역 일대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했으나, 당시 탐사 기술의 부족으로 채산성 있는 석유 탐사에는 실패했다. 더군다나 일본의 사토 에이사쿠 내각과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은 대한민국의 영유권 주장을 부정했으며, 이에 따라 7광구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의 대립이 이어졌다. 당시 국제법 판례에 따르면 대륙붕은 기존 대륙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에 의해 개발권을 정했고, 1969년 북해 대륙붕 소유권 판결에서 대륙연장론이 채택되었으며, 우리나라가 먼저 7광구를 설정했기 때문에, ‘대륙연장선’으로 한반도에서 이어지는 7광구 대부분이 한국 소유로 볼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공동 탐사로 궤도를 바꿨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1974년 1월 30일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한일 대륙붕 협정을 체결하여, 영유권 문제를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한일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협정은 1978년 발효됐고, 50년 동안의 유효기간을 설정함에 따라 2028년 만료된다.
한일 양국은 1980년부터 탐사와 시추를 시작했다. 7개의 시추공을 뚫었고 3곳에서 소량이지만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다. 하지만 1986년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공동 탐사가 중단됐다. ‘공동 탐사가 아니면 한 쪽의 일방적인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협정 내 독소 조항 때문에 한국의 단독 개발이 불가능했기에 결국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는 협정 당시에는 개발기술이 없는 우리나라가 위 조항이 없을 경우 일본이 일방적으로 개발해서 이득을 취하는걸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었지만 협정 체결로부터 10년 뒤 EEZ 개념이 UN에서 등장하자 오히려 일본에서 2028년의 협정 만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빌미가 된 것이다.
2028년 협정이 만료되면 7광구의 개발을 두고 양국의 영유권 문제가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3국이 이미 자기 관할 수역이라고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1983년 UN에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 개념이 등장했기 때문에, 한일 협약을 연장하거나 배타적 경제 수역의 예외사항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등 실효지배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해역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중국과 일본 측에서 이 구역의 대부분을 가져갈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서 충분한 경제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보다 더 시급한 제7광구 문제에 힘을 모으는 것이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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