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발목' 잡는 공사비…건설자잿값, 안 내리나 못 내리나
국토부, 대화채널 가동…"자재 수급 안정화 및 업계 건의 적극 지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최근 서울 주요 아파트 건설현장이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도심 내 신규 주택공급에 대한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자재 업계는 공사비 상승 문제가 단순히 자잿값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원자재, 인건비 등 복합적 상승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최근 시멘트, 레미콘, 골재 등 주요 자잿값 인상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토로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업계와의 별도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등 건설 자재 수급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 5년 새 32% '껑충'…정비사업장 '비명'
2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2020=100)는 129.71로 전년 동월(127.39) 대비 1.8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로, 5년 전인 2019년 8월(97.72)과 비교해 30.3%가 상승했다.
이 기간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97.56에서 128.69로 무려 32%나 뛰었다.
정비업계 일각에선 자재 업계가 최근 몇 년 새 가격을 급격히 올려 주요 사업장 곳곳에 공사비 문제가 터진 거란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라 공사가 멈춰서는 등 사업성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멘트·레미콘 등 자재 업계 "자잿값 인상은 원자재, 인건비 상승 영향"
업계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시장 평균 가격(공시기준)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톤당 7만 5000원을 유지하다 최근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가격이 정체돼 있거나 심지어 하락하던 시기에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계속해 올랐는데, 마치 공사비를 비롯한 분양가 상승이 시멘트값 인상 때문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분양가 13억 원짜리 아파트 기준 한가구당 시멘트 투입비용은 224만 원으로, 분양가 대비 0.17%밖에 차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레미콘 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는 건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땅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라며 "레미콘이 주택시장에 투입되는 절대량은 많지만, 개별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가격은 정부가 관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원자재 가격이 내렸으니, 주요 자잿값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업 전체(127개 직종) 일 평균 임금은 27만 4286원으로 5년 전(21만 6770원) 대비 26.5%(5만 7516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자재 업계와 '협의체' 구성…"인력 수급 불균형, 제도적으로 지원"
이런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서둘러 주택공급 지연 요소 '제거'에 나섰다. 협의체에는 국토부를 비롯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시멘트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현재 업계는 정부에 인건비 안정화 대책을 포함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레미콘 업계 부담 완화 △레미콘 믹서트럭 수급과 관련한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정책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인건비 문제와 관련해선 이는 자재 업계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라며 '인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숙련 기능공들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채용 우대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엄격히 제한된 비숙련 외국인력의 현장 간 이동 사유를 구체화한다. 이외에 내국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한 공종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국내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인건비가 오르는 건 결국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업계 전반에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외국인 인력제도 활용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 중인 자재 업계와의 '협의체' 역시 자재 수급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상시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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