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분양은 다른 세상 얘기죠" 청약해지 18만명 우르르
김인만 소장 "기혼자 중복혜택 없애고 분상제 대상 확대 필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는 가운데, 또다른 한쪽에서는 청약통장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올해만 18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9만 4240명으로 올해 초인 1월보다 18만 5134명이 줄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약 45만 4118명이 감소한 수치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1월 말 1순위 가입자 수는 1792만 3205명이었지만, 9월 말에는 1789만 9748명으로 2만 3457명이 감소했다. 2순위 가입자 역시 1만 5336명 줄어들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거나 로또청약이 나올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은 돈이 되기 때문에 이쪽으로 쏠리게 돼있다. 하지만 당첨자를 살펴보면, 수십년간 집을 사지 않고 7인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그것도 평당 4400만원을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력도 동반돼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청년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일 수밖에 없다"며 "현실이 이러니 청약을 해지하고 주식이나 코인 등 다른 곳에 투자하는 걸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인기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396.8대 1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이달 1순위에서 37가구 모집에 3만 7946명이 몰리며 평균 102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앞서 1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 청담동 ‘청담 르엘’에도 청약 대기자들이 몰렸다. 일반공급 85가구 모집에 5만 6717명이 접수해 1순위 평균경쟁률이 667대 1에 달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527대 1(7월), 구의동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494대 1(5월), 잠원동 ‘메이플 자이’ 442대 1(1월) 등 서울 주요 지역도 1순위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다. 올해 신축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400가구로 13개월 연속 늘었다.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악성 미분양 10가구 중 8가구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미분양 증가로 인해 청약 통장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청약통장 가입자 변화도 두드러진다. 2024년 1월 기준, 서울의 총 청약통장 가입자는 597만 4299명이었으나 9월에는 596만 2732명으로 1만 1567명이 감소했다. 경기도와 인천도 올해 초 841만 2063명에서 839만 1320명으로 2만 743명이 줄어들었다.
수도권에 비해 5대 광역시는 훨씬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1순위 가입자는 301만 3715명에서 293만 2412명으로 8만 1303명이 줄었다. 서울의 감소보다 약 7배 가까이 더 많은 수치다.
김 소장은 "이미 공공분양에서 기혼자에 대한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민간분양에서 가점 혜택을 중복으로 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에 내집마련을 도와준다는 취지와는 달리 정작 청년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구조니,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대신 대상지를 더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이게 그나마 청약해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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