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규제에…정책 신뢰성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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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디딤돌대출의 한도 축소를 잠정 연기한 것은 여론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을 최저 2%대 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 상품 가운데서도 일부는 제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그 첫 대상이 디딤돌대출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 의원은 "급한 불은 껐지만 정책 철회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대출규제 철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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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1일 갑작스러운 지시
KB銀 14일부터 시행후 혼선
서민 실수요자 비판 봇물
국회 요구에 국토부 백기
국토교통부가 디딤돌대출의 한도 축소를 잠정 연기한 것은 여론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을 최저 2%대 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신혼부부에 한해선 연소득 8500만원 이하일 때 최대 4억원을 저리로 빌려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활용할 수 있다. 무주택자 요건에 소득 제한이 있는 데다 주택가액도 높지 않아 가장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으로 여겨진다. 정책금융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대상에 대한 지원을 가계부채 축소의 한 수단으로 봤다는 점에서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의 여론이 빠르게 악화됐다.
올 들어 디딤돌대출은 8월까지 16조원가량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34조2717억원이었던 신규 디딤돌대출액은 8월 50조1178억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잠잠했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은행에서 나가는 각종 대출 잔액도 7월 이후 급증하는 상태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월 5조4000억원 늘어났고, 8월에는 증가폭이 9조2000억원까지 올라갔다. 9월에는 5조7000억원이 늘어 8월보다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계대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책금융 상품이 많이 나오면서 이로 인해 가계대출이 늘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 상품 가운데서도 일부는 제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그 첫 대상이 디딤돌대출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조차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 원인은 아니다"며 "정책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9월 말부터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국토부와 HUG에서 정책대출 규모 축소에 대한 요구와 압박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달 11일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은행들에 구두 지시 형태로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주택 관련 대출 취급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 14일부터 디딤돌대출 제한을 실행하기 시작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씩 줄어든 디딤돌대출 수요자들은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18일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잠정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21일자로 조치를 갑자기 시행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논의가 정리될 때까지 잠정 유보해줄 것을 은행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가 예정된 24일 전까지 추가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며 "일단 그전에 시행돼선 안 되니 유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회가 아닌 유예란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내년 1월 경기권 신도시에 입주할 예정인 한 신혼부부는 "단순히 문제를 미뤄둔다는 것 아니냐"며 "도대체 서민들을 왜 이렇게 마음 졸이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제발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토로했다. 문 의원은 "급한 불은 껐지만 정책 철회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대출규제 철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가 철회하는 방식으로 수습을 하다 보니 향후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희수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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