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로또, 동탄이 끝이었나"…'못 먹어도 고' 줍줍, 사라진다?[부릿지]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294만4780대1. 이게 뭔지 아시나요? 지난 7월 전국을 들썩이게 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경쟁률입니다. 당시 수백만명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마비됐고 급기야 청약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죠.
수도권 신축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무순위 청약 광풍이 다시 불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9곳이 올해 진행된 청약이었습니다.
1위는 앞서 소개한 동탄역 롯데캐슬(294만4780대1), 2위는 지난해 6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흑석 자이(89만9801대1)었는데요. 이어 세종 린 스트라우트(43만7995대1),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33만7818대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무순위 청약은 신청 미달이나 청약 접수 후 계약 포기, 부적격 사유로 인한 취소 등으로 발생한 잔여 물량에 다시 청약을 받는 제도입니다. 청약가점에 따라 당첨되는 1·2순위 청약과 달리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없거나 가점이 낮아도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 조건 없이 남는 물량을 주워간다는 의미로 '줍줍'이라고도 부릅니다.
지난 7월 청약홈에는 같은 날 동탄역 롯데캐슬 청약 공고가 두 건 올라왔는데요. 한 개의 청약에는 1가구 모집에 294만명이 몰린 반면 다른 하나는 4가구 모집에 5만3000여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4가구를 모집한 두 번째 공고에는 자격 조건이 붙었거든요. 이 두 번째 공고는 취소 후 재공급(계약취소주택) 물량이었는데요.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은 기존 특별공급 또는 일반공급 유형에 따른 자격요건을 그대로 충족해야 합니다.
해당 공고 물량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2가구, 일반공급 2가구였습니다. 신혼 특공 요건을 갖춘 화성시 무주택 가구 구성원 또는 화성시 거주 무주택 세대주(일반공급)만 청약할 수 있다보니 비교적 낮은 경쟁률이 나타난 거죠.
하지만 우리가 '줍줍'이라고 부르는 무순위 청약은 공고일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또는 세대주인 미성년자)이라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여부도, 주택 소유 여부도 상관없죠.
아무리 그래도 공짜로 집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몰리냐고요? 현행 규정상 무순위 청약 물량은 최초 분양가로 공급됩니다. 몇 년 사이 집값이 크게 오른 동네에서는 10억이 넘는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요.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분양가인 4억8200만원에 공급됐는데 해당 평형 실거래가는 16억원대까지도 거래되고 있어요. 왜 홈페이지가 마비됐는지 아시겠죠?
사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부동산 폭등기인 2020년, 2021년에도올해와 같은 무순위 청약 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했어요.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청약 취지에 맞춰 제도를 바꾼 거죠.
하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2월 1만2000세대가 넘는 둔촌주공 일반분양에서 대거 미분양이 쏟아지자 거주 지역과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을 할 수 있도록 민영아파트 무순위 청약 조건을 완화했습니다.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 직전인 지난해 2월28일이었죠. 실제로 규제 완화 이후 무순위 청약에 4만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6.2대1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서울을 중심으로 구축 아파트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자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선당후곰', '일단 넣고 보자' 식의 청약이 계속되면서 청약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자 국토부는 제도 개선을 시사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무주택자 여부, 거주지 여부, 청약 과열 지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을 몇 가지 세워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처럼 유주택자의 무순위 청약 접수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주택이 우선 배정되도록 만든 제도인 만큼 시장에서는 조건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기존 방식으로 원상 복귀하는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 이동이 필요한 유주택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김아연 PD ayeon_28@mt.co.kr 신선용 디자이너 sy05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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