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미신고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202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
정부가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고 주거용도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매년 공시가격의 10%)을 부과하는 시기를 내년에서 조건부로 2028년으로 늦춰주기로 했다.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생숙이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면 숙박업 신고를 하든가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해야하는데, 지금까지는 각종 기준이 까다로워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어려웠다. 정부는 내년 9월까지 이러한 기준을 완화하고 숙박업 신고·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신청한 생숙에 대해서 2027년말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5만2000실에 달하는 숙박업 미신고 생숙 소유자들이 당장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일단은 벗어나게 됐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2027년말까지 유예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전국 지자체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생활형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생숙 소유자가 숙박업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 여건에 따라 조례 개정을 통해 숙박업 신고 기준을 완화하도록 했다. 현재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하려면 ‘30실 이상’ 소유하거나, ‘건축물 연면적의 3분의 1이상’ 소유하거나, ‘독립된 층’일 경우에 가능한데, 시·도 조례로 이러한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숙박업 신고 기준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다음주 중 조례 개정 예시 조문안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할 예정이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도 보다 원활해지도록 개선한다. 건축법상 오피스텔(1.8m)은 생숙(1.5m)보다 복도폭 기준이 넓고, 주차장 기준도 세대당 1대 이상으로 200㎡당 1대만 있으면 되는 생숙보다 까다롭다. 정부는 올해안으로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해 16일(지원방안 발표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에 한해서 복도폭이 1.5m이더라도 화재 피난시설·설비를 보완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안전 성능 심사를 통과할 경우 오피스텔 변경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주차장의 경우 생숙 인근에 부지확보가 가능한 경우 직선거리 300m 또는 도보거리 600m 이내 외부 주차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근에 주차장으로 쓸만한 부지가 없다면 주차장 설치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차체에 내도록 해 추가 설치를 면제해주는데, 이 경우 지자체는 납부받은 비용을 공용 주차장 설치 등 지역 주차난 해소에 사용하도록 했다. 지역 여건상 추가 주차장이 필요없거나 인근 부지 확보가 어려운 경우는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용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자체별로 조례 개정을 검토하도록 했다. 이밖에 16일 이전에 건축 허가를 신청한 생숙은 오피스텔이 갖춰야하는 전용출입구 설치를 면제해주고, 지자체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을 전제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건축법·지자체 조례 개정안 통과 등 관련 행정 절차를 내년 9월까지 완료하고, 이때까지 숙박업 신고·용도변경을 예비 신청한 소유자에 한해 2027년 연말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예비 신청을 하지 않은 소유자에 대해선 적발시 시정명령을 2차례 내린 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는 앞으로 들어서는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생숙은 ‘30실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으로만 숙박업 신고가 가능한데, 현재는 개별 분양이 허용돼 주거 전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숙박업 신고기준 이상으로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건축법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생숙, 文정부 시절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아
생숙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더해진 개념으로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동시에 받는 변종 주택이다. 국내에는 외국인 등 장기투숙 수요에 맞춰 2012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특별한 규제도 없어 사실상 주택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며 아파트를 대신할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양도세 다주택 중과 배제, 전매제한 비적용 등 규제에서 자유로워 2020년 무렵 청약 광풍이 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해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숙박업으로 미신고한 생숙에 대해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당초 2025년부터 매년 부과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생숙은 18만8000실이며, 이중 공사중인 6만실을 제외한 12만 8000실이 사용 중이다. 이중 숙박업 신고를 한 6만6000실과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한 1만실을 제외한 5만2000실은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할 처지였다.
생숙을 분양받았던 사람 중 일부는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이 다가오면서 거액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생숙을 처분하려고 하는 한편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주거용도인 것처럼 속여 분양했다’며 소송을 벌여왔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생숙 관련 집단 소송은 최소 50여건 진행 중이며, 참여인원은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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