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묶여 집값 상승 제한적 … 공급부족에 청약 열풍은 계속
서울 거래 줄고 상승폭 둔화
경매시장도 주춤 … 낙찰률 뚝
집값 당분간 관망세 보일듯
핵심지 재건축은 신고가
압구정 '국평' 50억 거래
"주택공급 속도 높여야"
◆ 한은 금리인하 ◆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최근 대출 규제 여파로 주춤한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집값을 자극하기 마련이어서 엇박자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고, 지금은 대출 규제로 돈줄이 묶여 집값이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올봄부터 여름 사이에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할 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부분이 있다"며 "시장에 피로감이 만연한 데다 정부가 대출을 더 깐깐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 인하의 영향이 집값을 당장 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등 주택 매수세는 최근 위축되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올 7월 890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6161건으로 줄었으며, 이달 11일까지 집계된 9월 거래는 2285건에 그치고 있다. 9월 계약분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고려해도 8월보다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상승폭도 둔화세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올라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에 0.32% 뛰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후 오름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도 주춤한 모습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45.6%로, 전월(47.3%)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경매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4.3%로, 전월(95.5%)에 비해 1.2%포인트 떨어졌다. 올 5월 이후 지속되던 상승세가 4개월 만에 꺾인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외 지역에서 낙찰 비중이 떨어진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직접 효과는 6개월에 그쳤다. 연구를 맡은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금지시킨 12·16 대책 후 분기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입 직후 2개 분기까지는 규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이후에는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 이후 장기적인 주택시장 방향은 미분양과 전세시장, 두 가지 지표의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판단한다.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 매매시장 안정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말부터 1년간 지속된 집값 안정세는 전세 가격 하락을 동반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16만9996건에서 내년에 12만8734건, 2026년에 7만3575건까지 확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청약시장은 계속 강세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40.7대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은 것은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21년(163.8대1) 이후 3년 만이다.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도 개선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달보다 6.1포인트 상승한 99.3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전달 대비 3.1포인트 오른 121.0을 기록했다. 2021년 6월(12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재건축시장은 전반적으로 잠잠한 분위기지만 압구정 등 일부 핵심지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압구정2구역에 위치한 신현대9차 전용 108㎡가 지난달 5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보통 국민평형은 전용 84㎡(34평)를 뜻하지만 구축 아파트의 경우 전용 107~109㎡가 34평으로 분류된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 국민평형이 50억원 이상 거래된 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에 즉각적인 변동은 없지만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여력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동우 기자 / 황순민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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