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2년, 前정부보다 인허가·착공 다 줄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2년간 주택 공급 실적이 문재인 정부 초기와 비교해 인허가 기준 25%, 착공은 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입주 가능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려면 인허가로부터 최소 4~5년, 착공으로부터 2~3년이 걸린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전셋값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8월 ‘8·8 추가 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 각종 처방을 내놨으나,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후 미착공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는 등 정부가 단기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금리·경기 위축에 인허가·착공 부진
10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2년(2022년 6월~2024년 5월) 동안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86만7000가구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 2년(2017년 6월~2019년 5월) 인허가 물량인 116만 가구에 비해 30만 가구 정도 적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윤 대통령 임기 중 270만 가구 공급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정부 들어 주택 인허가가 부진한 것은 2022년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건설 자재 값 인상의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열됐던 주택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금융 비용에다 건설비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행사들이 몸을 사리며 주택 개발 사업을 줄줄이 보류한 탓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분양 흥행도 장담할 수 없고, 땅이 있어도 선뜻 인허가를 신청해 사업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여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비교적 절차가 간단하고, 사업비도 덜 드는 빌라 등 비(非)아파트 인허가까지 급감했다.
정부는 신규 택지가 귀한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공사비 급등과 야당의 정비 사업 규제 완화 반대에 부딪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2년간 서울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7만3000가구로, 문재인 정부 초기 2년(18만 가구)과 비교해 60% 가까이 급감했다.
주택 착공 실적은 인허가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 들어 2년간 주택 착공 실적은 58만3000가구로, 문재인 정부 실적(100만1000가구)보다 40만 가구 넘게 적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폭등한 2020~21년 인허가를 받아둔 건설사·시행사 등이 2022년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자 착공을 포기한 탓”이라며 “문 정부 초기 공급 실적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영향이 있다”고 했다.
공공주택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은 94가구로 연간 계획(6만7962가구)의 0.14%에 그쳤다. 착공 물량도 연간 계획(5만120가구)의 0.47%인 236가구로 집계됐다.
◇집값 불안 우려…단기 ‘공급 신호’ 필요
올 들어 서울·경기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살아난 상황에서 인허가·착공 실적 부진 때문에 집값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상승 폭이 줄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29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 청약시장은 고분양가 우려에도 수만명의 수요자가 몰리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가계 대출 문턱을 높여 주택 수요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결국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주택 수요자가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단기 공급 신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20만 가구 내외 아파트의 조기 착공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이 가장 빠르게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3기 신도시 물량 확대”라며 “수요자들에게 수도권에서 저렴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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