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법’ 시행으로 공급은 3분의1 줄었는데… 데이터센터 82%는 “수도권에 짓고싶어”
‘분산법’ 시행에도 여전히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
“수도권에 몰릴수밖에 없는 현실… 인센티브 등 유인책 필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공급을 두고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짓자니 전력 집중 문제로 정부가 개발을 제한하고 있고, 지방엔 수도권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 확장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 준공된 데이터센터 용량은 36㎿(메가와트) 수준으로, 작년 하반기(100㎿)의 3분의 1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신규 허가를 취득한 사업도 메이플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경기 시흥시에서 인허가를 완료한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 인허가는 7건에 달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구축은 수도권에 집중돼왔다. 기업들과 데이터센터가 거리상 멀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IT기업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설립 의사를 밝힌 신규 데이터센터는 732개다. 이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601개(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요가 수도권에만 몰리다보니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에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6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을 시행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026년 5월까지 비수도권에서 22.9kV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기 설비 부담금을 50% 할인해 주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분산법에서 시행하는 ‘전력 계통 영향 평가’ 제도에 따라 10MW 이상 전력 사용 시설의 경우 일정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 데이터센터 설립이 가능하게 했다. 업계는 이 항목이 사실상 수도권 데이터센터 설립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고객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전송 지연이 증가해 비용이 추가로 들고, 지방일수록 데이터 센터 관련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하지만 수도권 설립을 사실상 제약하는 관련법 등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확장될 가능성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수요와 공급에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중”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를 ‘새 미래 먹거리’로 봤던 건설사들도 속 타기는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에는 보안 등 기술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대형 건설사들 위주로 시공에 참여한다. 중견 중소 건설사들도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데 오히려 제약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시공을 하는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AI 기술 발달로 데이터 처리량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 카카오나 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들의 수요와 투자가 폭주하면서 건설사들의 관심도 커졌다”며 “이미 시장은 커지고 있고 건설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지역 불균형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수도권 공급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 역시 “지자체 입장에서도 세수나 일자리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은 나쁘지 않은 사업”이라며 “그러나 전자파 등으로 인한 주민 반대나 수도권 집중 문제로 서울 인근에서는 승인이 나지 않고, 지방은 수요가 적어 앞뒤가 막힌 느낌”이라고 했다.
최근 한전경영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입지를 분산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나 중국 처럼 특정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전기요금 지원, 통신 인프라 구축, 운영 비용 지원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같은 부하 밀집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입지할 경우 고효율 설비 및 재생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전경영연구원 보고서는 “지자체별이 아닌 국가 차원의 중장기 입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가 클러스터 조성 및 활용을 통해 통신·전력·교통 등 인프라 보강과 인력 정착 등 지방 활성화 정책을 연계한 통합 방안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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