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이 끌어올린 대학가 임대료···‘보이지 않는 손’은 없었다
대학들이 밀집한 서울 서대문구에 집중 공급된 신축 소형 임대주택이 기존에 있던 구축 소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끌어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에서 양질의 임대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한다 해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저소득층 주거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과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국토연구’에 게재된 논문(노후주택 신축은 소형 민간임대주택 임대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서 노후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지어진 소형 주택이 주변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양질의 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저소득층의 주거 사정도 연쇄적으로 개선된다는 ‘하향여과 효과’를 실증하는 것이 논문의 목표였다.
논문은 연세대·이화여대 등 대학 재학생이 밀집해있어 청년 임차가구 비율이 높은 서대문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서대문구에 있는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임대주택은 지난해 기준 2만9644호로 집계됐다. 이 중 2020년 이후 멸실된 곳이 448호, 새로 지어진 곳이 2049호였다. 오래된 단독 주택 등을 허물고 신축 주택으로 재건축을 하면서 세대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대문구 소형 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2021년 하반기 월 58만3000원에서 2023년 하반기 64만4000원으로 2년간 10.3% 상승했다. 임대료가 높은 주택과 낮은 주택의 차이(표준편차)도 23만원에서 25만원으로 벌어졌다. 소득수준 하위 40%인 청년이 평균 경상소득으로 부담가능한 주택(월 53만8000원 이하) 수는 2021년 108개에서 2023년 92개로 감소했다.
신축 주택 공급이 주변 구축의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인과관계’도 확인됐다. 논문은 “소형 신규주택 재고 비율이 10%포인트 높을수록 구축 소형 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4.8%포인트 더 높았다”며 “신규주택 비율이 높은 법정동에 위치한 주택일수록 2년간의 임대료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주거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하향여과 효과’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2021년 하반기에 소득 하위 40% 청년가구가 부담가능했던 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부담가능하지 않았던 주택에 비해 더 컸다. 소득이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거주했을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가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임대료 인상 억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대학가 임대주택은 학기 중 단기 거주를 희망하는 학생층 수요가 많아, 1년 단위 계약이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이 늘어날수록 소형 임대주택 임대료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확률은 증가했다.
논문은 단순히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저소득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 등을 청년 주거안정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기조에 수정·보완이 필요함을 암시한 것이다.
논문은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확대 뿐 아니라 공공이 개입해 시장 임대료에 비해 낮은 주택을 확보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3051715001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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