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원인제공 업체, LH 감리 등 65% 수주”

행정소송으로 영업정지 등 무력화한 뒤 조달청 입찰 참여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8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달청이 LH의 요청에 따라 체결한 공사, 설계, 감리 등의 계약 65%가 지난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당시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와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철근 누락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조달청이 진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설계 및 감리 입찰에서 앞서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LH와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달청이 LH의 요청에 따라 체결한 공사·설계·감리 등의 계약 65%가 지난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당시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와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철근 누락'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철근 누락 등 안전 항목 위반 시 LH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또 LH는 전관 입찰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조달청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조달청은 현재까지 공사, 설계, 감리 등 모두 23건에 대해 업체 선정 및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설계 10건(427억원 규모), 감리 5건(332억원 규모) 등 15건(65%)을 이른바 '철근 누락' 아파트를 설계하거나 감리한 전관 업체가 수주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지난 2022년 외벽이 붕괴됐던 광주 아이파크아파트의 감리사였던 A사는 당시 사건으로 경기도로부터 같은 해 9월 영업정지 1년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인천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감리 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해 올해 3월 경기도로부터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조달청이 진행한 감리업체 선정에서 A사는 올해만 2건의 공공발주 사업 계약을 따냈다. A사는 시민단체가 지목한 대표적인 전관 업체라고 김 의원실은 지적했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충북 음성의 아파트 감리를 담당했던 B사의 경우 '설계도면대로 시공됐는지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았으나 최근 화성 동탄2신도시의 감리 용역을 수주했다. 유사한 이유로 벌점을 받은 건축사무소 C사도 지난 6월 경기 고양 창릉 A-3 블록 설계 용역을 수주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LH는 철근누락 관련 감리업체 8곳에 대해 벌점을 부과했으나 이 중 2개 업체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걸어 벌점을 무력화시키고 조달청에서 LH 사업을 수주했다"며 "정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전관업체 수주 원천배제 제도를 도입했으나 행정소송으로 영업정지, 행정처분 무력화시킨 전관 업체의 공공사업 수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