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사비 잡겠다는 정부… 건설업계는 ‘시큰둥’[올앳부동산]

심윤지 기자 2024. 10.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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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일 해외 시멘트 수입, 국내 골재 채취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연 8~9%를 넘나든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2% 선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공사비 상승이 정비사업 지연, 신규 착공 감소,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생활형숙박시설 건설현장. 성동훈 기자

하지만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실효성을 의심하는 기류가 짙다. 원자잿 값은 이미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 해도, 공사비 상승의 또다른 한 축인 인건비는 내려갈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안전규제 강화가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정부가 공사비 갈등 방조···뒤늦은 대책”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2022년 123.81→2023년 127.90로 3년간 28% 올랐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건설공사비지수의 연 평균 증가율이 약 4%였음을 감안하면, 7~8년에 걸쳐 오를 공사비가 3년 만에 올라버린 것이다. 올해 들어 급격한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지난달 7월 기준 지수는 129.96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사비가 급등하면 그만큼 건설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한다. 2021년까지만 해도 80%대를 유지하던 대형건설사 원가율(매출액 대비 원가)은 코로나19를 거치며 90~95%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견 건설사들 중에서는 아예 원가율 100%를 넘긴 곳들도 있다. 폐업한 건설업체 수도 2021년 1328곳에서 2023년 1948곳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삽을 뜨는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되자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를 줄이고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장에서는 공사비 갈등이 공사 중단과 시공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향후 2~3년 내 주택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서울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가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이다.

업계는 일단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자재 가격 및 수급 안정화와 원활한 인력 수급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건설시장 활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다만 일선에서는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건설비가 이미 오를대로 오른 뒤라는 것이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가 2~3년 걸린다고 치면 지금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장은 공사비가 막 오르기 시작됐을 때 계약한 곳들”이라며 “적어도 공사비 상승이 본격화한 2~3년 전쯤엔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B중견건설사 관계자도 “그간 정부가 공사비 상승을 방조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공사비 안정화방안 10대 핵심과제
시멘트값 잡는다고 공사비 인상 해결될까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급등했던 원자잿값이 2022년을 기점으로 하락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실제 자재 공급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시멘트를 꼽았다. 시멘트 원료의 25~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떨어졌는데 시멘트 가격은 오히려 인상됐다며 사실상 시멘트 업계를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유연탄 가격은 중국의 호주 석탄 수입금지(2021년),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 조치(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2021년 86.85달러에서 2023년 역대 최고가인 246.0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90달러 대로 내려왔다. 반면 2020년 7월 t당 7만5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은 2022년 7월 9만2400원에서 2023년 7월 10만5000원, 2024년 11만200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해외 시멘트 수입 허용이라는 ‘압박 카드’를 내밀어 시멘트 업체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민간 업체가 해외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면 정부가 항만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인허가를 단축해주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유 유통기지를 활용하게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멘트 품질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KS인증 등을 통해 엄격히 검증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탄소중립 조기달성을 위해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 설치를 앞당기는 등 오염물질 저감시설 설비투자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기에 값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가격이 전체 자재비나 분양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도 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30평형(99㎡) 아파트 한 채를 짓는데 필요한 시멘트 양은 약 20t다. 가격으로는 2024년 7월 기준 224만원(11만2000만원x20) 정도가 든다. 같은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전국 민간아파트 ㎡당 분양가가 568만10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30평형 아파트 분양가(5만6242만원)에서 시멘트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4%에 그친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시멘트 가격은 동결 내지는 하락했었지만 같은 기간에도 분양가는 46%가 올랐다”며 “분양가 인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시멘트 가격 인상에만 과도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차 탓에 공급·수요업체·정부가 모두 참여하는 자율협의체를 통해 수급량을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도 건설업계 침체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만큼 당장은 협의체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출하량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공급·수요 업체가 가격을 2% 상승폭 내에서 자율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대책은 ‘중장기 검토’가 대부분

건설업계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또다른 이유는 인건비다. 시중 노임은 2020년 1월 20만9000원에서 2024년 26만2000원으로 25.3% 상승했다. 자잿값은 수급 상황에 따라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지만, 인건비는 일단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C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는 투입량이 고정인 반면 인건비는 공기가 늘어나는 만큼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는 한풀 꺾였다곤 하나 자잿값은 여전히 고점에서 횡보하는 수준이고 특히 인건비는 내려갈 기미가 없다”며 “요즘 현장에선 원자재값보다 인건비 문제를 더 많이 토로한다”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인건비 안정화 대책은 중장기 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대부분이다. 외국인력(E9)의 건설현장 간 이동을 탄력적으로 인정하겠다고 하는 내용 정도가 눈에 띄지만, 건설노조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라 제도 마련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내국인 기피 공종에 한해 숙련기능인(E7) 비자를 도입하는 방안 역시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안전·환경 규제가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원자잿값이 급등했던 2022년을 기점으로 주52시간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오후5시 이후 콘크리트 타설 금지,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화 등 조치가 연달아 나오며 인건비와 관리비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설경기 악화로 시행이 1년 유예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도 내년부터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대될 예정이라 공사비 상승 요인은 더 많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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