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담합에 편법 증여까지 위법 의심 주택거래 397건 적발
3건 중 2건, 서울 강남 집중…1기 신도시 등 경기도로 점검 확대
#1. “우리 아파트 ○○평형은 ○○억원 이하로는 내놓지 마세요.” “○○억원 이하로 매물 등록한 중개사에게 단체로 항의합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의 A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자체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이런 식의 ‘집값 담합’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2. 공인중개사 B씨는 온라인 포털 부동산 사이트에 거래가 완료된 서울의 한 아파트를 광고했다. 거래 완료 직후 매물을 잠깐 삭제했다가, 당일에 다시 등록하기를 7차례나 반복했다. 중개대상물의 거래계약이 체결되거나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바로 광고를 삭제해야 하는 공인중개사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위법 의심 주택 거래 총 397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8·8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최근 집값이 급상승한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1차 현장점검 후,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를 대상으로 정밀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위법 의심 행위 498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이 3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일례로 C씨는 서울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약 21억원에 매수하면서 본인 자금은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모친에게서 빌린 14억원에 증여받은 5억5000만원, 주택담보대출 3억5000만원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사례가 ‘편법증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한 사례(129건)와 대출규정 위반·대출용도 외 유용 사례(52건)도 많았다. 서울의 20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D씨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이에 해당 주택에 임차인으로 살고 있던 부친을 대출 전 주소지에서 전출시킨 뒤, 대출을 받고 다시 전입하게 하는 ‘꼼수’를 생각해냈다. 이는 대출규정 위반으로 금융위원회 통보 대상이다.
지역별로는 위법 의심 거래 397건 중 68.5%가 서울(272건)에 몰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남구(52건), 송파구(49건), 서초구(35건) 등 강남 3구가 상위 3개 구를 나란히 차지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강남 3구 고가 아파트가 견인하면서, 위법 의심 거래도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 위법 의심 거래는 112건(28.2%), 인천은 13건(3.3%)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토부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을 포함한 수도권 전 지역으로 관계기관 합동점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거래신고분에 대한 기획조사도 내년 4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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