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폭 줄더라도 오름세는 변함 없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편집자주] 풍요의 계절을 상징하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일가 친척 만나 나누는 얘기의 화제로 집값은 빠질 수 없다. 주거의 기본이요, 투자의 정석이라는 믿음이 강해서다. 자녀 혼사를 앞둔 이들이라면 더더욱이 전세나 매매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아파트값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추석 전후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가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진단해본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최근 실거래가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호가를 5000만원 높여놨어요. 그 이후 아직 집 보러 온 사람은 없지만, 지금 동네의 다른 매물들도 다 13억원 이상으로 오른 상황입니다."
위례신도시에 사는 한 40대 매도자의 말이다. 그가 거주하는 경기 하남시 학암동의 '위례롯데캐슬'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9일 12억9000만원(5층)에 팔리자 호가를 5000만원 높인 13억4000만원에 조정했다. 다른 지역들도 오름세인 상황에서 최근 실거래가격이 높아져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추석 이후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가 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겠지만 가격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자금줄을 틀어막았어도 당장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8·8대책의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일까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기준 1.29% 상승, 같은 기간 1.3% 하락한 지방과 대비됐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은 0.04% 하락했다.
정부의 8·8대책 이후로 기간을 좁혀봐도 매주 가격이 올랐다. 수도권은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전 주 대비 0.18% 오른 후 이후 2주 연속 0.17%씩 상승했다. 지난 2일과 9일 기준 각각 0.14%, 0.15% 올랐다.
서울만 보면 가격 상승세는 계속되면서도 거래 규모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지난 9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 주 대비 0.23% 오르면서 2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274건(지난 13일 기준)으로 전달(8825건)보다 3000여건 줄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의 명목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수준을 회복했으며 서초구 등 일부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을 상회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위험지수는 ‘고평가’ 단계에서 재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당국과 금융권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자금줄을 옥죄기에 이르렀다.
당국은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도 시행하면서 수도권의 스트레스 금리를 지방보다 더 높였다. 시중은행들은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을 막아버리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따라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돌입하는 추석 이후 수도권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들어 가격이 많이 올라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며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에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분위기도 맞물려 있어 가격 상승세는 유지되겠지만, 거래량이나 상승 폭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긴 어렵다. 함 랩장은 "지금의 가격 상승은 공급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다"며 "전세 매물 총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8·8대책 효과 언제쯤?…기준금리 인하가 더 큰 변수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정을 위해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법 손질이 필요하고,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주택 공급도 당장 시장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장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8·8대책의 효과는 이미 소멸했다"며 "대책의 실질적인 주택공급 효과는 10년 후에 나오고 대책으로 인한 주택 수요자들의 효과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적 영향을 주려면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데, 그린벨트 해제 등과 같은 8·8대책은 이미 나온 대책을 재탕, 삼탕한 것과 다름없어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되레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거시경제의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소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택 공급도 부족해 전셋값도 오르고 있어 올해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질 요인은 없다"며 "이미 대출 규제가 나왔기 때문에 더 파격적인 대출규제가 아니라면 금리 인하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보고서에서 "과열 조짐을 나타내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확장세가 장기간 지소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통화 정책 면에서는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 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향후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 등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들에게 이런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의 기대를 관리해 나가야겠다"고 당부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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