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보도' 유토피아
[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최근 노포 맛집 취재 차 경남 통영에 다녀왔다. 회사가 있는 창원에서 통영까지는 시외버스로 약 1시간이 걸린다. 통영 터미널에 내려서는 곧장 택시에 올라탔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었다. 업무차 방문한 통영에서 업무만 끝내고 쉴 셈이었다. 식당 사장님과 인터뷰를 마친 후에 부랴부랴 인근 모텔에 들어갔다. 침대에 미역처럼 찰싹 붙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일보 1면에는 통영 어민들 사연이 실렸다. 올여름 경남 남해안에서 양식어류 1700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조피볼락, 볼락, 숭어, 말쥐치, 고등어, 넙치, 강도다리, 참돔, 농어 등 10개 어종과 멍게, 전복이 떼죽음을 당했다. 역대 최대 피해라고 한다. 특히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이 통영이다. 올여름 통영·거제 양식 멍게 95%가 죽었다. 모두 기사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이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야 지난 1면 기사를 봤다. 통영을 업무 차 찍고만 돌아온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적잖은 죄책감을 느꼈다. 사실 명색이 경남지역 신문기자인데 창원시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따금이라도 다른 시군에 갔을 때 조금 더 살뜰히 지역을 돌아볼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어쩌면 스스로 '창원인'의 정체성에 동화돼 있는지 모르겠다.
대다수 지역 광역일간지는 권역별 분업 구조를 취한다. 경남지역의 경우 18개 시군이 있다. 면적을 계산해보니 서울시보다 17배 더 넓다. 창원 본사 기자들의 일상적인 취재는 창원 안에서 이뤄진다. 창원 외 각 지역에는 파견기자들이 한명씩 나가 있다. 편집국 인원은 본사권 기자와 파견 기자 집단으로 양분된다. 인력 비중으로 보면 본사권 60%, 파견 40% 정도다.
처음 취재현장에 나갔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출입처가 모두 창원에 있었다. 일상적인 취재구역도 창원으로 한정됐다.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사에 담기가 어려웠다. 가령 '위험천만 전동킥보드'라는 주제로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전동킥보드가 위험한 곳은 창원시만은 아닐 테다. 하지만 기자가 창원에 있다는 이유로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현황을 조사하고, 창원시민의 목소리만 담을 가능성이 높다. 르포를 쓴다고 치더라도 아마 창원지역만을 돌아보며 쓸 것이다. 물론 각 지역 파견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협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경남도민일보를 사례로 들었지만, 아마 전국 각지의 지역일간지에서 비슷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창원은 경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경남도청을 비롯한 각종 행정기관도 창원에 몰려 있다.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경남의 수도권'을 형성한다. 서울 언론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도하듯이 지역신문도 또다른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지역신문의 '수도권' 중심주의 탓에 소외되는 곳은 어디인지 마땅히 살펴봐야 한다. 서울에 살지 않고, 지방대도시에도 살지 않아서 이중 차별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도처에 있다.
1년 전 쯤 취재했던 퀴어 활동가는 경남의 한 소도시가 고향이다. 그는 '퀴어'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는 환경에서 고립된 채로 살았다고 했다. 지역에 퀴어 커뮤니티가 없을뿐더러 퀴어 문제를 다룰만한 언론도 없다시피 했다. 결국 그는 고향에서 창원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알리려면 창원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역신문이 힘을 뭉친다면 어떨까.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일례로 뉴스타파는 지역언론과 공동취재단을 꾸려서 전국 검찰청 예산 검증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이 같은 협업방식을 지역에서도 접목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남을 예로 들면 18개 시군에 있는 각 지역신문이 함께 지방자치 예산을 감시하는 보도를 해볼 수도 있을 테다. 혹은 작은 단위의 협업으로써 각자의 기사를 공유하는 방식도 구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KBS 창원 '뉴스7경남'에서는 경남지역 9개 일간지, 주간지 주요 뉴스 소개하는 '풀뿌리 언론K'를 정기적으로 방송한 바 있다. 지면에 보도된 기사를 소개하는 형태의 느슨한 협업이었지만, 지역언론이 상호 보완하는 경험을 쌓는 뜻 깊은 시도였다.

지역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풀뿌리 보도'를 말한다. 지향점은 분명한데, 마치 유토피아처럼 느껴진다. 일선 기자로서 열악한 환경 탓에 현실과 타협하는 날이 계속되기 때문일 테다. 차라리 열정 있는 지역언론이 공통의 주제를 정해서 취재물을 공유하고 함께 보도해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간 지역언론에 종사하면서 느슨한 협업은 종종 봐왔지만 공동취재팀을 꾸려서 취재를 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지역신문이 늘 어렵다고 말하는데, 늘 하던 방식에서 탈피를 하는 게 활로를 찾는 첫 단추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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