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광풍 잡으려면 아파트 지분투자 허용해야”
“아파트 청약 광풍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자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청년들의 불안이 깔려 있습니다. 이 불안을 해소하려면 주택 청약에 주식 IPO(기업공개) 방식을 도입해 청년들이 분양 아파트에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적인데도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요인 중에는 청년들의 불안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된 주택금융시장을 주제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1년 이후에는 KDI에서 부동산 부문을 맡아 연구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역별 양극화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과 비서울, 서울 내에서는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다른 지역의 주택 가격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아파트 가격이 연초 대비 5~6% 정도 올랐다. 특정 지역은 연초 대비 20%나 오른 곳도 있다. 2년 전 고점과 비교해 보면 90~95%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가 1500만호 정도인데,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한 이들 지역의 주택 수는 30만호 정도밖에 안 된다. 최근 가격이 오른 것을 보고 전국 주택 가격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정 지역 가격 상승을 마치 전국 주택 가격 상승처럼 말한다.”
―전국의 주택 가격 동향은?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면 연초 대비 거의 0%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4~2.5%,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4%이니 주택 가격의 적정한 상승률은 2.4% 정도라고 본다. 다만 특정 지역의 가격이 연초 대비 5~6%씩 오르면서 국민들이 지역별 자산 가격 격차 확대에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 원인은?
“첫째, 빌라 전세 기피 현상으로 대신 아파트 전세 가격이 상승했다. 2018년 이후 전세 가격이 오르면 매매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데 지금도 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둘째,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다. 9월에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셋째, 무주택자, 특히 젊은 층이 지역별 주택 가격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서울에 몰려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의 실효성은?
“공급 대책은 현재 계획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본다. 주택 공급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는 수시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되고 공급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 비아파트 주택의 신속한 공급에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면 된다고 본다.
금융 정책은 정책 금융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으로 지금처럼 계속 늘리되, 민간 금융에서는 변동금리와 단기대출의 비중이 큰 가계 부채 구조를 고정금리와 장기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외부 충격이 오더라도 금융 시스템이 견딜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 시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는 조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택 가격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이 9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소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어 비수도권도 상승 흐름을 탈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1~2%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올해 5% 오르고,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주택 가격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무주택자 특히 젊은이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질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 특히 서울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투기 수요를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주택 공급이나 금융, 세제 차원의 대책은 현재 방식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본다. 다만 청년층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청약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특정 지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 수천 대 1까지 올라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청약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당첨만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예컨대 청년층 대상 분양 아파트에는 주식 IPO(기업공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청약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운용 수익도 나눠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인가?
“예를 들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공급하는 특별공급 아파트를 시공사가 공기업에 넘긴다. 그리고 공기업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분양 신청과 임차 신청을 동시에 받는다. 분양 신청한 사람 모두에게는 기본 지분을 나눠주고 그 위에 신청금액 등에 비례한 지분을 추가로 지급한다. 신청한 사람이 모두 지분을 공유하면서 임대수익과 양도차익 등 수익을 공유하는 조각투자 방식이다. 그 아파트에 거주할 임차인 선정은 임차 신청을 한 사람 가운데 추첨이나 입찰 등을 통해 정하면 된다. 그가 낸 임대료를 공동 소유자가 된 사람들이 나눠 갖게 된다. 최초의 지분 배분과 임대가 이뤄지면 그 이후 손바뀜은 자격 제한이 없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파트 지분을 유가증권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주택거래소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지분 소유자도 결국은 주택 전체를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
“주택 전체를 소유하려면 지분을 100% 사모아야 한다. 99.9%도 안 된다. 하지만 상장된 지분을 100% 사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도심에 신축 임대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는 효과가 난다. 주택 전체를 원하는 사람은 지금처럼 일반 분양을 받으면 된다. 청년들이 아파트 IPO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지역별 주택 가격 격차에 불안해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무리해 대출)해가며 갭투자(전세를 낀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투기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비이성적인 청약 광풍을 잠재우려면 이런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 실수요자라면 지금 집을 사야 하나?
“실수요자는 주택 경기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집이 필요할 때에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정부가 규제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청년층이 투자 목적으로 이 지역 아파트를 ‘영끌’ 해 사려 한다면 자제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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