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커플 태운 늙은 어부…"만져보고 싶다" 욕정, 끝내 살해
69세의 만행, 장남은 수치심에 세상 등져, 가족 풍비박산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광주교도소 1번방에는 17년 전인 2007년 8월 31일, 10대 대학생 커플 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오종근(1938년 7월 2일생)이 수용돼 있다.
이날 현재 만 86세 1개월 29일인 오종근은 사형 집행 대기중인 사형수 59명 중 최고령자다. ◇ 보성 바다로 휴가온 10대 커플 "배 태워주겠다" 유인 학교에서 만나 연인 사이가 된 대학 1년생 A 군과 B 양(이상 19세)은 바다가 보고 싶다며 전남 보성으로 여름휴가를 왔다.
보성군 득량만 선착장에서 갈매기 소리에 흠뻑 취해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있던 이들을 본 오종근은 "작은 어선을 타 본 적 있냐, 손님 대접삼아 어장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손짓했다.
할아버지 또래인 165㎝의 작은 체구의 69살 어부의 호의에 10대 커플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배에 올라탔다.
◇ 늑대로 변한 어부 할아버지, 남친을 바다로 밀어 넣은 뒤 "아가씨 가슴 좀…"
배를 몰고 득량만 선착장을 떠난 오종근은 짧은 반바지 차림의 B 양을 계속 훔쳐봤다.
A, B 커플은 약한 뱃멀미를 했지만 처음 타본 어선에 취해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렇게 30여분 배를 달린 오종근은 배를 멈춰 세운 뒤 B 양과 나란히 배 뒷머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던 A 군을 바다로 밀어 버렸다.
A 군이 필사적으로 배에 오르려 하자 오종근은 부표를 건질 때 사용하는 쇠고랑으로 A 군 손을 쳐 바닷속으로 수장시켰다.
이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B 양에게 다가가 "아가씨 가슴 좀 단속하라"며 성추행한 뒤 B 양마저 바닷속으로 집어 넣었다.
경찰에서 오종근은 "젊은 아가씨 가슴을 만져 보고 싶었다"며 끓어 오른 욕정 탓을 했다.
◇ 피살 3일, 5일 뒤 발견됐지만…커플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 종결 A 군 커플과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커플 흔적을 찾던 중 9월 3일 B 양, 9월 5일 A 군 시신을 득량만 인근 해역에서 발견했다.
A 군에게 발목 골절상이 발견됐지만 '익사'라는 부검 결과와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해 10대 커플이 어떤 이유에선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판단, 수사를 종결했다. ◇ 범행 후 태연히 고기잡이…25일 뒤 또 다른 여성들 유인 오종근은 범행 후 태연히 고기잡이를 이어가는 등 생업에 종사했다.
그러던 중 9월 25일 오전 11시 20분 무렵 오종근 눈에 추석을 맞아 인천에서 보성으로 놀러온 2명의 젊은 여성, C 양(23)과 D 양(24)이 들어왔다.
늦여름 정취에 취한 C 양 등은 오종근에게 "배를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오종근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지금은 바쁘니 조금 뒤 저쪽 부두로 오라"며 득량만 포구보다 조금 한적한 장소를 알려줬다.
C, D 양은 기쁨에 "예"라고 합창했다.
C, D 양은 오종근이 말한 장소로 걸어가던 중 30대 여성 E 씨를 만났다. ◇ "남편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휴대폰 좀…"
E씨는 "남편에게 연락할 일이 있는데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며 "한 통화만 하자"고 부탁했다.
C 양은 흔쾌히 전화기를 빌려줬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일이 악마 오종근을 잡게 했다.
11시 30분 약속 장소에서 C 양 등을 만난 오종근은 이리저리 배를 몰면서 어장을 구경시켜주면서 연신 C, D 양 몸 아래 위를 훓어 보았다.
오종근의 시선에서 이상함을 느낀 C 양은 그날 오후 2시36분 쯤 E 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건 전화 번호로 '아까 전화기 빌려 드린 사람이다. 배에 갇힌 것 같으니 경찰보트를 좀 불러 달라'는 SOS 문자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 오종근은 D 양에게 다가가 성추행하는 한편 C 양에게 '가만있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 심한 반항에 모두 바다에 빠뜨려 살해…문자 본 30대 여성 신고 오종근은 C, D 양이 격렬하게 저항하자 어구로 내려친 뒤 모두 바닷속으로 밀어넣어 익사시켰다.
20대 여성 2명은 평생 그물질로 단련된 69살 어부의 완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종근의 범행은 C 양 문자를 받은 E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C, D 양의 휴대폰 위치추적과 주변 해역을 살피던 중 9월 26일 득량만 선착장으로 떠밀려 온 C 양 시신을, 28일엔 인근 해상에서 D 양 시신을 발견했다.
C 양 등의 몸에서 어구에 맞은 흔적, 목졸림 상처가 드러났다. ◇ 사건 당일 어선 전수조사…C 양 휴대폰 사용처와 오종근 어선 동선 일치 강력사건으로 전환한 경찰은 득량만 인근 어선 335척에 대한 동선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오종근의 배가 C 양 휴대폰 사용위치(25일 오전 득량만 선착장, 오후 해상)와 일치한 사실을 알아내 그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오종근 배를 압수수색 한 경찰은 피해자의 신용카드, 볼펜, 피해자 머리카락 등을 찾아내는 한편 집에 숨어있던 오종근을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 20대 여성 2명 살해는 인정, 대학생 커플 살해는 부인…복원된 디카에 오종근은 경찰에서 C, D 양 살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A 군 커플 살해만은 완강히 부인했다.
처음엔 '배에 태운 적 없다'고 했다가 '태웠지만 파도가 세게 몰아치자 A 군 등이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졌다'며 진술을 변경하면서 버텼다.
이때 A 군의 디지털 카메라가 조업에 나선 저인망 어선 그물에 걸려들었다.
경찰은 디카 복원 끝에 오종근이 그물질하는 결정적 장면을 찾아내 이를 그에게 들이밀자 "내가 그랬소"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 오종근 1~3심 모두 사형…장남 '수치심'에 세상 등지는 등 풍비박산 2008년 2월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2010년 3월 광주고법, 같은 해 6월 대법원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는 극형이 불가피하다"며 사형선고를 유지했다.
모두가 다 아는 어촌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로 인해 오종근 일가는 풍비박산 났다.
장남은 수치심을 못 이겨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나머지 가족들도 '없는 사람이다'며 그와 절연했다. ◇ "사형은 인간존엄 위배" 위헌소송 내는 바람에 1심 선고 후 2심까지 2년 걸려
오종근에 대한 2심 선고가 2년여 걸린 이유는 그가 2심 소송 중이던 2008년 9월 "사형제는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에 위배되고 살인범의 생명도 소중하다"며 위헌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2월 5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결정, 2심은 오종근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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