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또 싱크홀…달리던 차량 통째로 빠져
서울 한복판 4차선 도로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고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개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싱크홀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지반 조사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달리던 SUV 갑자기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
2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땅속으로 빠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남성(82)이 중상을 입었고 동승자 여성(76)은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성은 나중에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확인한 싱크홀은 가로 6m, 세로 4m 크기에 깊이는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기는 2.5m 규모였다. 중형 승용차 한 대는 가볍게 집어삼킬 수 있을 만한 구멍이었다. 당시 주면의 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사고 순간이 담겨 있었다. 도로를 달리던 흰색 티볼리 차량이 갑자기 왼쪽으로 뒤뚱하며 기울면서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졌다. 주변을 달리던 차량들이 놀란 듯 급히 진료를 바꾸거나 멈춰서는 모습도 있었다. 한 목격자는 “일을 하다가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나와보니 차 한 대가 도로 밑에 빠져 있었다”며 “차 안에 사람이 보였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나던 연세대 학생 조모 씨(25)는 “반대편 차선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땅 속에 떨어져 있었다”며 “매일 오가던 길이라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하 시설이 있는 곳도 아닌데 싱크홀이 생겼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싱크홀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2016년 57건이었던 싱크홀은 2017년 23건, 2019년 2019년 13건 등 다소 줄어들다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7건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매월 1, 2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6~8월의 강수량이 954mm로 연간 강수량(1400mm)의 약 70%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서울 지역 싱크홀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18건 중 38%인 83건이 여름철 우기(7~8월)에 집중됐다. 주로 낡은 하수관로로 인한 지반침하가 110건(51%)가 원인이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는 이전까지 구청 차원의 지반 상태 점검 등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라는 이유로 3월부터 구청이 진행한 지하 공동탐사 대상에서 빠졌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구청에서 임의로 위험성 조사 등을 할 수가 없다”며 “구에서 따로 해당 도로에 싱크홀 관련 조치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 전문가 “지반 조사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
싱크홀은 단순 땅꺼짐을 넘어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2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해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2022년 8월에는 강원 양양군 그랑베이 낙산 건설 현장에서 무려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해 근처에 있던 편의점이 붕괴됐다. 2019년 12월 2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깊이 3m 싱크홀로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충분히 사전 조사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대부분이 빗물이나 낡은 상하수도에서 새어나오는 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미리 조사해 메우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인근 등에는 선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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