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데 엉덩이 부각돼”…'레깅스계 샤넬’ 즐겨 입던 여성들 변심 이유

배우 전종서가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며 선보인 룰루레몬 레깅스 패션.//뉴시스

고가의 가격에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렸던 미국 스포츠의류 브랜드 룰루레몬이 최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저렴한 경쟁 상품들이 등장한데다 레깅스 핏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룰루레몬 등 프리미엄 레깅스 브랜드 보다 ‘저렴한 버전’인 ‘듀프’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듀프는 ‘duplication’의 줄임말로 프리미엄 제품의 스타일과 품질을 따라 만든 저가 제품을 말한다.

1998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룰루레몬은 레깅스 등의 제품을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에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침체된 의류 시장 속에서도 살아남은 ‘무적’ 브랜드로 꼽혔다.

국내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하며 유명해졌다. 지난 3월에는 배우 전종서가 서울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경기에서 시구를 하면서 이 브랜드 레깅스를 입고 등장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구 패션’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레깅스 인기는 매출로도 연결됐다. 룰루레몬의 매출은 지난 14분기 연속 15% 이상 증가했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지난 1월28일 마감)에서도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96억달러(약 1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난 22억1000만달러(약 3조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예상치를 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룰루레몬은 미국 내 매출이 급감하는 흐름을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도 2분기 들어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한 룰루레몬 매장 간판./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룰루레몬이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듀프 제품에 밀려 성장 둔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미카일라 키초풀로스(22)는 “프리미엄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는 것은 과거에 비해 큰 의미가 없다”며 “할인 상품이나 가성비 제품을 찾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듀프 인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리서치 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1이 듀프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중 Z세대는 50%, M세대는 44%가 각각 듀프를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로 애슬레저 시장에서도 짐샤크(Gymshark)와 에이와이비엘(AYBL), 할라라(Halara) 등 평균 3만원대 레깅스를 판매하는 저렴한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룰루레몬은 최근 고객들이 신제품 레깅스의 핏에 대해 “배와 엉덩이를 너무 부각한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해당 제품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단했다.

WSJ는 “룰루레몬의 옷은 색상과 사이즈가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에 비해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듀프 제품은 색상 등이 다양해 2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