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 가랑이 굴욕→연속 실점…잔디 위 '철푸덕' 충격에 '고개 못 들고 좌절'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키퍼의 수난 시대였다. 조던 픽포드(30)가 손흥민에게 두 방을 얻어맞고 잔디 위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악몽(nightmare)'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토트넘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에서 에버턴을 만났다. 레스터시티와 1라운드(개막전)에서 1-1 무승부 부진을 홈에서 털어내야 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시즌 아시아투어부터 레스터시티전까지 담금질했던 손흥민 왼쪽 윙어 주 포지션 대신에 '손 톱'을 써야 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윌슨 오도베르, 제임스 매디슨, 쿨루세브스키, 브레넌 존슨이 2선에서 뒤를 받치는 형태였다.
이유는 올해 여름 구단 역대 최고액을 들여 영입했던 도미닉 솔랑케의 부상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에버턴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솔랑케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1라운드)에 발목 통증이 있는 상태로 뛰었다. 하지만 다음날 부상이 재발됐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상태를 더 체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히샤를리송도 근육 부상에 선발로 뛸 컨디션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톱에서 뛰고 난 뒤 "나보다 훨씬 큰 중앙 수비수들을 상대로 등을 지고 골을 넣는다는 건 정말 어려웠다. 사실 난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와 1대1 상황을 즐기며, 측면에서 무언가 만드는 걸 선호한다"라고 털어놨지만 개막전 이후 한 경기 만에 톱을 봐야 했다.
토트넘은 홈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초반부터 강하게 에버턴을 압박했고 '웃음 가스' 사건으로 구단 자체 한 경기 징계에 있었던 이브 비수마가 에버턴 골망을 가장 먼저 뒤흔들었다. 이후에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측면부터 골키퍼 진영까지 쉴새없이 압박하더니 픽포드 골키퍼 실책을 유발했다. 볼을 따낸 손흥민은 빈 골대에 여유롭게 슈팅하며 시즌 1호골과 찰칵 세리머니를 즐겼다.
레스터 시티전이 끝난 뒤 일부 영국 매체에서 "이날은 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레스터 시티를 압도해 곧 추가골이 터질 거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라는 평가와 "손흥민은 상승 곡선이 아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선발 제외를 생각해야 한다"라며 방출설을 부추기는 반응이 있었다.
한 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관련 비판을 모두 잠재웠다. 달아오른 손흥민은 톱에서 프리롤로 토트넘 공격을 이끌더니 후반전에 또 골망을 뒤흔들었다. 중앙 수비수 미키 판 더 벤의 토트넘 후방에서 볼을 끊은 뒤 70m 이상을 질주해 에버턴 진영까지 달려갔고 왼쪽 측면에 손흥민에게 볼을 툭 건넸다. 손흥민은 왼발로 볼을 컨트롤해 슈팅 각이 좋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픽포드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볼을 밀어 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픽포드 골키퍼는 손흥민에게 멀티골-팀 4번째 실점 이후 피치 위에 고개를 파묻고 크게 좌절했다.
경기 후 영국에서 픽포드 골키퍼에게 안타까운 반응이었다.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손흥민이 픽포드 골키퍼의 악몽같던 실책을 활용해 득점했다. 에버턴한테는 최악의 장면"이라고 알렸고, 영국 '데일리 메일'도 "픽포드가 충격적인 실수를 했다. 토트넘전에서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에버턴전 멀티골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122골을 기록했고, 로멜루 루카쿠(121골), 스티븐 제라드(120골)를 단숨에 넘고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골 단독 21위에 랭크됐다. 에버턴전이 끝난 뒤 "엄청난 결과였다"라면서 두 번째 골 장면을 묻자 "볼을 뺏자마자 나한테 패스하면 죽여버릴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 더 벤이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해 줄 거라는 걸 알았다. 판 더 벤의 질주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내 골은 판 더 벤의 골"이라며 농담섞인 반응으로 팬들을 폭소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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