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난민생활’”…인천 청라아파트 주민들, `전기차 화재` 눈물겨운 근황
최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인천 청라아파트 주민들의 근황이 공개돼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기약 없는 난민 생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파트 수도와 전기 공급이 재개되고, 세대별 청소가 이뤄지며 복구 작업에 탄력이 붙은 모습이지만, 화재로 인한 분진과 누수 복구 작업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건설업계 및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청라아파트 근황.jpg(전기차 화재)'라는 제하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지 약 8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 기준, 3만5556 조회수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게시물 작성자는 여러 장의 현장사진과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여기서 거주 중이라고 함…"이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정말 심각합니다. 단순히 전기차 차별받는다고 말할 때가 아니에요", "전기차의 위험성…차 피해 뿐만 아니라 아파트 자체까지 피해…전기차 차주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저 정도면 폐암 당첨인가;; 집도 안 팔릴 거고 다시 들어가 살기도 불안할거고…총체적 난국이구만", "전기차 화재시 나오는 가스는 맹독가스라서 조금만 연기 흡입해도 매우 치명적임. 옛날 나치가 쓰던 치클론 독가스랑 비슷함. 전기차 화재 나면 멀리 도망가야 됨", "전기차 불 못 끕니다. 배터리팩이 다 탈 때까지 소방관들이 물 뿌려가면서 주변 확산만 막는 게 한계임", "지하에서 전기차 꺼내고 대신 길가 주차라도 허용해주고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할 진데 XX한 정권은 아무 생각 없겠지"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다른 이들은 "근데 스프링쿨러 얘기는 왜 없나요? 정상 작동했다면 이렇게 피해가 컸을까요?
인재 아닙니까? 소형 텐트에서 자는 게 불쌍합니까? 자기네 관리사무소에서 저지른 일인데. 그리고 스스로 피해를 자초했는데 왜 세금 지원을 합니까?", "내연기관도 불난다고는 하지만 전기차는 화재 진압하기가 매우 힘든 건 사실이니 전기차 차주는 차별한다고 생각하면 안 됨"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회원들은 "자연재해도 아니고 가해 업체나 관리소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마누라한테 전기차 사자고 조르던 거 쏙 들어감…아휴…나도 무서워서 안 살란다", "이게…전기차만의 문제가 아니라…스프링쿨러 꺼버린 관리자 문제가 피해를 키운 원인이잖아요. 피해보상이…아파트 관리소에 책임이 커지니…보상 받기 힘들 듯하네요", "전기차 도입 신나게 할 때 다들 지하주차장 위험하다고 짖었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토록 해놓고 이제 와서 피해 증폭되니까 X소리 떠드네", "조용해질만하면 올려서 혐오 조장ㅋㅋ 혐오는 돈이 된다 그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교통위원회(국토위) 회의 내용이나 한 번 보고 말들 해라", "전기차의 위험성이 아니라 지하주차장 화재 관리의 중요성" 등의 댓글을 썼다.인천시 서구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임시주거시설 2곳에는 25세대 74명이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발생 초기인 지난 6일에는 전체 1581세대 중 264세대 822명이 임시주거시설 10곳에 분산돼 수용되기도 했으나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설 이용 인원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시주거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족·지인의 집에서 지내거나 단기임대로 별도 거처를 구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거시설에서 3주 가까이 지내고 있는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상 회복은 아직 먼 이야기"라며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층에 살던 A씨는 집안을 뒤덮은 분진을 직접 확인한 뒤로 벽지 도배나 입주 청소를 하더라도 선뜻 집으로 돌아가기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 닫힌 팬트리 공간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물티슈로 닦아 보니 시커먼 분진이 묻어나왔다"며 "유독가스나 분진이 어린 자녀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수도관 손상으로 누수가 발생한 세대는 당분간 보수 공사나 청소조차 할 수 없다"며 "새까만 곰팡이가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4인 가족이 지내기에 임시 천막 공간은 협소하고 샤워 시설도 없다"면서 "화장실에서 간신히 양치와 세수만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돌아갈 곳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24건 중 절반 이상이 주차 중이거나 충전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자료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는 과충전 문제를 비롯해 전기차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자동차업계에선 화재가 배터리 충전량과는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주차 중 화재는 14건(58.3%)이고 충전 중 화재는 5건(20.8%)으로 나타났다. 주행 중이 아닌 상황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현상은 전기차의 고용량 배터리의 취약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39건으로 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화재는 67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주차 중 발생한 화재는 36건, 충전 중 26건, 정차 중 5건이 발생했다. 충전 중 발생한 화재는 2021년 4건에서 2022년 9건, 2023년 13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급속·초급속 등으로 분류하는데 통상 완속 3~11KW(킬로와트), 급속 50~200KW, 초급속 300~350KW급이다. 급속·초급속 충전기는 주로 고속도로나 공공기관 등에 설치되고 완속 충전기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충전 중 전기차 화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1회 완충 비율을 85%로 제한하면 화재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는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충전율을 85% 수준으로만 제한해도 화재 위험성은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는 자사 차량 계기판에 충전 상태가 100%로 표시돼도 실제로는 추가 충전 용량이 남아 있어 100% 완충이 아니며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이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셀 문제로 발생한 것이며 충전으로 인한 화재는 아니라"라고 밝혔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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