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 사상 최고
강북 신축, 강남 구축보다 더 올라
준공 4년 차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 13일 22억4000만원에 거래돼 올해 초(19억4000만원)보다 3억원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2월 입주한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전용 84㎡도 지난달 17억5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지난 3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4개월 만에 15%(2억3000만원) 올랐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축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된 탓이다. 정부가 지난 8일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중장기 대책으로 당장 시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낮아 신축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 역대 최고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신축(준공 5년 이내) 아파트값은 6월보다 2.34%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1.19%)의 배(倍) 수준으로, 201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준공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1.01%에 그쳤다.
서울 5개 권역별 상승률을 보면, 강남 3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이 3.54%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개포동 등 최근 신축 대단지가 들어선 지역에선 역대 최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6월 49억8000만원(32층)에 팔렸다. 올해 4월 같은 층이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만에 7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올해 1월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3층이 33억원에 팔려 3월 실거래가(27억5000만원, 2층)보다 5억5000만원 뛰었다.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가 속한 서북권이 2.76% 올라 뒤를 이었고, 용산구·중구·종로구가 있는 도심권도 신축 아파트값이 2.72% 상승했다.
반면 준공 20년이 넘는 구축 아파트값은 강남 3구가 있는 동남권도 1.77%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서북권 신축 아파트(2.76%)보다 덜 오른 셈이다. 이처럼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한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2021년 부동산 상승기 땐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에 사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재건축 이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몸테크’가 인기였지만, 공사비와 분담금이 치솟으면서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줄었다”고 했다.
◇소비자들 “1년 뒤에도 집값 오를 것”
치솟는 분양가 역시 신축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7월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440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6%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 물량이 적어 당첨 확률도 낮은데, 분양가마저 시세와 비슷하게 나오자 이미 완공된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지난 8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중장기 대책이 대부분이어서 입주 물량 감소 같은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100을 웃돌면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거시경제에서 대형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는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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