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담대’ 한도 줄어든다…9월부터 최대 3000만원 ‘뚝’
정부, 서울 주택시장 과열 조짐·가계부채 우려에 대출 규제
0.75%P→1.2%P로 가산금리 상향…전세·정책대출에도 적용
“집값 하락 땐 DSR 낮추나” 일관성 없는 대책 부작용 우려도
금융당국이 다음달 1일 시행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는 더 강화된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며 가계부채 우려가 높아지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19개 시중은행 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계대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DSR 한도가 턱밑까지 찬 차주들은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0.35%포인트의 스트레스 DSR 1단계를 적용했다가 그보다 강화된 2단계 조치(0.75%포인트)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미룬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2단계를 적용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이로써 DSR 30% 후반대부터 40%에 걸쳐 있는 차주들은 대출 한도가 즉각 줄어들 수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 주담대(30년 만기·대출 이자 연 4.5%·변동금리)를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3억1500만원이던 대출 가능액이 9월부터는 3000만원가량 줄어든 2억8700만원에 그칠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차주는 전체 주담대의 6.5%에 해당한다.
당국이 ‘수도권 주담대’를 콕 집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신고 건수는 48개월 만에 8000건을 돌파했다. 가계부채도 덩달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이고, 이 중 주담대가 1092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조원 급증했다.
정부는 뒤늦게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고 주요 시중은행들도 정부를 의식해 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올렸지만 주택 매수 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하반기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어, 가계부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금융위는 그간 DSR 산출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에 대해서도 9월부터 포함할 것을 은행권에 지시했다. 대출 적격성 심사 때 DSR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주 상환능력을 내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레버리지(차입)에 따라 거래량이 변하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규제 영향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과열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노원, 도봉, 강북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DSR 규제의 목적은 부동산시장 안정이 아닌 상환능력에서 벗어난 대출을 관리해주는 것이기에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당장은 시장 과열을 식히는 효과를 내더라도,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DSR을 풀어야 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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