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초등 의대반’ 열풍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시민단체다.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 대중 운동을 펼친다. ‘입시 경쟁으로 단 한 명의 아이도 잃지 않는 세상,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단 1만원도 쓸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게 목표다. 사교육과 입시 고통에서의 해방. 이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경쟁과 고통이 극심하다. 학생들은 골병이 들고, 학부모는 등골이 휜다.
요즘 사교육 시장의 최대 관심은 ‘초등 의대반’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목표로 ‘초고속 선행 교육’을 받는 것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이 사교육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최근 전국 유명 학원가의 홍보물을 분석한 결과,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초등 의대반을 운영했다. 전국 89개 학원에서 136개의 초등의대반을 개설했다.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20곳, 대구 10곳 순이다.
초등 의대반의 수학 선행학습 프로그램은 학원마다 다르다. 가장 보편적인 커리큘럼은 초등 5~6학년생에게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선행 정도는 약 4.6년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의대프라임반은 초등 5학년을 상대로 6개월 동안 중1~고2 과정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보다 14배속 빠른 선행 교육이다. 가우스 기호나 대학 과정의 행렬식 개념 등이 실린 교재로 수업하는 학원도 있다.
초등 의대반에서 중·고등학교를 넘어 대학 과정에서 다루는 수학 개념까지 배운다니 놀랍다. 이런 선행학습이 효과가 있을지,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걱세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 의대반이 교육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3.3%가 ‘부적절하고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초등 의대 선행학습은 경제적 부담, 교육 불평등에다 공교육에 해를 끼친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병들게 한다. 오죽하면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초등 의대반 방지법’까지 발의했겠나.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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