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박정희 광장’ 들어선 날, 동대구역 앞은 두 동강이 났다

김영동 기자 2024. 8. 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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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0시께 대구시 동구 신암동의 케이티엑스(KTX) 동대구역 광장 잔디밭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과 '박정희 광장'이라는 글자가 부각된 높이 5m, 너비 0.8m의 표지판이 보였다.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광장 명명과 동상 설치 등 내용의 박정희 기념사업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1일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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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박정희 광장’…시민단체 “우상화” 반발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표지판 제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0시께 대구시 동구 신암동의 케이티엑스(KTX) 동대구역 광장 잔디밭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과 ‘박정희 광장’이라는 글자가 부각된 높이 5m, 너비 0.8m의 표지판이 보였다. 글자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체를 그대로 본땄다고 한다.

대구 케이티엑스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광장 표지판. 김영동 기자

표지판을 보던 홍아무개(74)씨는 “나라를 일으켜 세웠고, 국민을 배부르게 해줬다. 훌륭한 업적이 있는 분에게는 이렇게 예우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아무개(49)씨는 “시민 안전과 편의 개선 등에 예산을 써야지, (박 전 대통령 표지판 설치는) 세금 낭비라고 본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치 규탄 정당·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과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대구 케이티엑스 동대구역 광장에서 시민단체 등이 “박정희 광장 표지판 즉각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이어 오전 11시 이곳에서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등으로 꾸려진 박정희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즉각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희 우상화, 대구 망친다’ 등 손팻말을 든 단체 회원들은 "일제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하는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얼마나 반역사적·반인권적 사고에 빠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극우 세력에 충성해 다시 한 번 대권 후보 자리를 넘보는 전략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지명위원회 심의, 국토교통부 지명 고시 등 법률과 조례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오전 11시30분께 동대구역 광장 잔디밭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이 열렸다. 홍 시장을 비롯해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동구·군위군 을) 등이 참석했다. 홍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이 지금의 대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조명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는 오는 12월 이곳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울 예정이다. 내년에는 대구도서관 공원에 ‘박정희 공원’ 조성과 공원 내 동상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광장 명명과 동상 설치 등 내용의 박정희 기념사업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1일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대구시는 같은달 11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대구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 짓고, 두 곳에 동상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당시 반대 의견이 886건이 접수됐지만, 대구시는 모두 ‘미반영’ 조처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5월2일 308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해당 사업의 조례안을 가결했다. 전체 의원 32명 가운데 찬성 31명, 반대 1명이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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