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다시 늘 수 있어"… 디딤돌 문턱 높이자 무주택자 분노

김성아 기자 2024. 8.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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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딤돌·버팀목대출 금리 최대 0.4% 인상
"서민 대상 금리부터 올려 주거비 부담 늘었다"
정부가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금리를 최대 0.4% 인상하는 가운데 실제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한 고가 주택 수요와는 무관해 서민 대출 옥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금융당국의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소득 낮은 사람들은 월세만 살라는 말인가요? 디딤돌대출은 주택가격 기준이 낮아서 현재 집값을 올린 서울 고가 주택과는 상관이 없는데… 집값 잡으려면 10억원 이상 주택 대상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서울 마포구 거주 30대 A씨)

정부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를 최대 0.4% 인상하기로 결정하며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졌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제도권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금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는 정책자금 위주로 가계대출이 불어나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려는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실제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한 고가 주택 수요와는 무관해 서민 대출 옥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주택 매매에 사용되는 디딤돌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수도권 기준 6억원 이하 주택을 사면 최대 4억원을 빌려주는 데다 금리도 시중은행 대비 낮아 주택 수요자들 사이 인기가 높았다. 전세 대출인 버팀목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정책대출의 금리를 높인 것은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낮은 디딤돌 등 정책 상품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과 집값·전셋값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디딤돌대출의 경우 올 상반기 공급액(집행 실적 기준)이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2000억원) 대비 1.8배 늘었다.


서울 올 상반기(1~6월)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53% 9억원 초과 거래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 인상 관련 소식에 6억원 초과의 중·고가 아파트가 아닌 서민 대상 대출 금리부터 선제적으로 올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운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번 정책의 발단은 집값을 올린 고가 아파트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서민·중산층 대상의 대출 금리를 올려서 주거비 부담을 키운다는 불만이 속출한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서울의 올해 상반기(1~6월) 아파트 매매거래 2만3328건 가운데 53.1%(1만2396건)는 9억원 초과 거래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7964건 대비 반년 만에 55.7%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3억~6억원 거래는 21.2% 증가에 그쳤고 3억원 이하 거래는 15.3% 감소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국토부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미만 거래의 비중은 올 1분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고 비중을 달성했다. 이에 9억원 이하 주택에 저금리나 고정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고가 주택이 집값 상승을 견인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다만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파른 집값 상승은 금리 인상을 통해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저리 정책대출을 제공해 매수를 지원한 게 사실"이라며 "집값 상승이 상급지에서 인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로 집값 불안 요인이 우려되는 시점에 선제 조율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대상이 무주택 실수요자임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앞서 인상을 단행할 경우 서민 주거비 부담을 키운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수요 규제 대책에서 가장 빠르고 쉬운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디딤돌대출 대상자는 집값 상승과 무관한 무주택자의 6억원 이하 실수요 목적이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제2금융권 포함 가계부채가 1805조9000억원으로 치솟자 실수요자 대출 관리를 추진했으나 실거주 목적의 대출을 막는다는 여론에 밀려 정책을 번복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올해나 내년 초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제도권 대출을 피해 갭투자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를 안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유행했다"며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은행 대출보다 쉽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아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지면 비제도권 대출로 눈을 돌리는데 이러한 여파로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금리 인상이 위기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치면서 수도권과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 6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만3300건으로 전년 동월(3만9622건) 대비 3678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가 각각 2014건, 2050건, 인천이 423건 증가한 반면 지방은 ▲경북 ▲충남 ▲울산 ▲전남 ▲부산을 제외하고 전부 다 거래량이 줄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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